[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독식하는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미분양 부담을 덜고자 자체 분양사업보다는 안정적인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집중한 탓이다.
재개발·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대형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다 보니 대형 건설사의 독식이 자연스러운 추세지만 자칫 특정 기업의 싹쓸이 현상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은 물론 해당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수색7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양평1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장위뉴타운 장위10구역·12구역 등 주요 수도권 8개 사업장에서 진행된 시공사 선정 총회 결과 모두 빅5 건설사가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수원 팔달지역 115-11 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냈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경기 안양 비산2동사무소 주변지구 재건축 사업과 수원113-5구역을 수주했다. 대우건설도 장위뉴타운 장위10구역과 경기 안양 비산2동사무소 주변지구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획득했다. GS건설과 대림산업 역시 수색7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부천 삼정1-2 구역 등을 수주했다.
오는 5월9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수주전도 빅5 대형건설사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있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자 땅을 사서 금융비용 등을 부담하며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자체 사업보다는 안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주력하는 것이다. 재개발·재개축 사업은 기존 조합원에 배정되는 물량이 많아 미분양 우려가 적고 입지면에서도 좋은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는 게 장점이다.
올해 둔촌주공, 고덕주공, 은마아파트 등 서울 도심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것도 주요 이유다. 오는 5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시작으로 원미뉴타운, 증산2구역, 방배 6·7구역, 성수전략지구, 마천3구역 등에서 잇따라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쏟아진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봇물이 터지자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재개발· 재건축 시공권 확보에 전력을 쏟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둔촌주공을 비롯해 방배 6·7구역, 성수전략지구 등 서울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은 물론 관련 인력도 확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울 랜드마크 지역 중심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올해 재개발· 재건축 수주 목표액은 4조5000억원"이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올해 3조5000억원을 수주목표액으로 선정하고 서울수도권 등 주요 전략사업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 발주 예정인 강동 및 강남 재건축사업지를 비롯해 상계 재정비촉진지구, 장위재정비촉진지구 등이 주요 공략사업이다.
이밖에 대림산업과 대우건설도 올해 재개발·재건축 수주목표액을 3조원, 2조8234억원으로 잡았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의 독식이 심화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열 경쟁에 따른 비용이 조합원 부담금과 아파트 분양가 인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수익률이 자체 분양사업보다 떨어진다는 점에서 저수익 구조로 체질이 변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자체 사업 보다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집중하면서 저수익 구조로 체질이 변화되는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며 "또 빅5의 독식으로 나머지 업체들은 설 곳을 잃은 상태로, 국내 주택산업의 중장기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들어 현재까지 발주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선 대우건설이 4048억원을 수주했고 대림산업과 GS건설은 각각 2615억원, 1841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의 수주 실적은 128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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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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