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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비워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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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비워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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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grateful to everybody. I will repent for the mistakes I made in this life ... Please use whatever belonged to me to help make a clean and good society," the monk was quoted as saying while dying. "It's time for me to abandon time and space."(“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생애에서 저지른 잘못이 후회스러울 겁니다. 제가 가졌던 모든 걸 깨끗하고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써주십시오.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라고 스님은 입적 당시 말했다)- 연합뉴스 2011년 3월11일


법정스님이 입적했다. 내 방 책장에도 스님이 쓴 <산방한담>, <영혼의 모음>, <텅 빈 충만>, <서있는 사람들> 네 권의 책이 꽂혀있다.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와 <버리고 떠나기>는 어느 후배가 집에 놀러왔다가 이미 예전에 가져간 모양이다.
나는 선물 받았거나 읽고 있는 책이 아니면 내 방에 들른 손님들이 자유롭게 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무소유> 같은 명작이 남아있을 리 없다. 한정된 책장과 공간에 읽었던 책들을 쌓아놓고 있느니 나누고 비우자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공간은 어차피 유한하다. 얼마나 잘 비우고 다시 잘 채워가며 살아가느냐가 관건이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자기를 비우고 버릴 때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고등학교나 중학교 영어 교과서 사서 한번 외워보세요"

가끔씩 지인들로부터 영어공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들려주는 대답이다. 좋은 어학원이나 성인용 학습교재 추천을 바라던 사람들은 표정이 대개 굳어진다. 자기를 내려놓고 온전하게 새 길을 찾겠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무릎을 치며 동네 헌책방으로 향한다.


표정이 굳어지는 사람들은 대개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갖춘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영어를 모르는 게 아니다. 자기들의 전공분야에서는 통역관 생활을 했던 나보다도 더 많은 전문용어를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쉬운 영어로 말하고 쓰는 걸 당연히 할 줄 안다고 생각하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그래서 내게 어떻게 하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가를 다시 묻는다. 그리고 나는 다 비우고 영어를 처음 공부하던 10대 시절로 돌아가 새로 채울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자기의 학식과 지위만 생각하다가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솔직해져야 한다. 부족한 건 인정하고 다시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10대 시절에 영어로 말하고 쓰는 기초를 쌓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 비싼 돈 들여서 어학원에 가거나 특이한 프로그램을 따라가기 전에 먼저 자기 스스로를 점검하고 기초를 다져두어야 한다. 기초 없이 어학원 가거나 새로운 학습교재를 사용한다고 한들 시간낭비, 돈 낭비다.


얼마 전 어느 젊은 목사님과 식사를 하다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 목사님이 중병을 앓고 있는 집안 어르신 문병을 갔다고 한다. 병중에서도 어르신은 목회자인 조카를 격려하고 칭찬하셨다. 그래서 목사님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어르신이 "자네가 부족해야 하나님이 채워주시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영어가 터져 나오는 '기적'을 바라고 있는가. 그럼 일단 자기가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어린 시절에 놓친 부분이 어디인지부터 점검하고 쉬운 길부터 다시 시작해보시기를 바란다. '하나님'이 부족한 걸 채워주는 '기적'을 일으켜 주실 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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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진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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