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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땀·꿈 불사르며 불도저처럼 달려온 '不退轉 48년 신화'

[재계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4> SK그룹 최종건ㆍ종현 회장①
-잿더미 속 선경직물 기계 4대로 출발
-'품질제일' 신념 5년새 1000대로 늘려
-개척자적 창업정신 '글로벌 SK' 기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수원시 평동 4번지. 51년 전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 공장이 있던 곳이다. 에너지와 정보ㆍ통신 양대 축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우뚝 선 SK그룹을 낳은 '산실'이다. 특히 선경직물 공장은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몇 안 되는 종업원과 함께 자신의 마차로 돌과 자갈을 날라 만든 '꿈과 땀'이 담긴 SK그룹의 뿌리다.

1962년 10월 미국 시카고대학 유학 중 부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귀국한 고 최종현 회장은 선경직물의 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최종건 창업 회장의 권유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최종건 회장의 '패기'에 최종현 회장의 '지략'이 더해져 SK그룹의 질적 도약의 시기가 도래하게 된다. 이는 1953년 3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 공장이 오늘날 매출 100조원대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의 한편의 서사시다.

◆'지칠 줄 모르는 원조 불도저' 고 최종건 창업 회장

최종건 회장은 우리나라 재벌 기업 창업주 가운데 가장 짧은 생애를 살면서 가장 많은 업적을 이룩해 놓은 정열적인 기업가로 꼽힌다.


18세 어린 나이에 일본인이 경영하는 선경직물 공장 견습 기사로 입사한 최종건 회장은 6ㆍ25 동란 중에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공장을 정부로부터 인수해 불타버린 부품을 모아 직기 4대를 재조립하고 선경직물을 재건했다. 그는 신의와 성실이라는 무형의 자산만으로 스스로의 역사를 창조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종건 회장이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일본인이 경영하던 선경직물공장에 견습기사로 입사한 것은 해방을 얼마 앞두지 않은 1944년 4월이었다. 졸업과 함께 3급 기계정비사 자격을 획득한 최종건 회장에게 취직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은 선경직물공장에 입사한 것은 고향 마을 벌말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고향땅에 직물공장이 들어서기까지 그의 선친이신 학배(學培) 공께서 물심양면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인연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어린 나이에 조선인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입사 반년 만에 선경직물공장 직포반 제2조장이 된 최종건 회장은 100여명의 제직조 여공들을 통솔하면서 생산 계획과 품질 관리를 책임지게 됐다. 이 시기를 제직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십분 활용했다고 한다.


8ㆍ15 해방과 함께 무정부 상태의 혼란 속에서 선경치안대를 조직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선경직물 공장을 지켜내기도 했고 생산부장으로서 적산관리로 바뀐 선경직물 공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갔다.


그러나 자기 사업을 해보겠다는 야망을 품고 1949년 선경직물 공장을 떠났던 그는 6ㆍ25 동란 중 잿더미로 변한 선경직물 공장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1953년 3월 최종건 회장은 불퇴전의 창업 의지로 불타버린 100여대의 직기의 부속들을 수습해서 재조립하고 파괴된 공장 건물을 복구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같은 해 8월 정부 귀속 재산이던 선경직물㈜를 인수함으로써 창업의 꿈을 실현하게 된다.

◆품질제일주의로 일군 '선경신화'


창업 초창기 헌 직기를 사다 설비를 증설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종건 회장은 신제품 개발에 남다른 열정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직기 4대로 출범한 선경직물은 불과 5년 사이에 보유 직기 1000대를 돌파했다. 50년대에 직물 시장을 풍미하던 선경의 '닭표안감'과 '봉황새 이불감'은 지금도 연세 있는 어른들 사이에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최종건 회장의 품질제일주의가 빛을 본 것은 해방 10주년 기념 전국산업박람회에서 닭표안감이 부통령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부통령상 수상 업체에 지원된 300만환의 융자는 선경직물이 주식회사로 도약하는 귀중한 재원이 됐다. 50년대 후반에는 국내 최초로 합성직물인 나일론과 데도론을 생산한 데 이어 60년대에는 '크레폰' '앙고라' '깔깔이' '스카이론' 등 각종 직물을 개발 생산해 국민 의류 생활 개선에 기여했다. 특히 1962년에는 업계 최초로 레이온 태피터를 홍콩에 수출하면서 우리나라 섬유 산업 발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선경이 국내 유수의 재벌 기업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말. 십수년의 각고 끝에 최종건 회장이 아세테이트 원사와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현 SK케미칼)을 건설한 때부터다.


선경 성장사에 커다란 디딤돌을 놓는 아세테이트 공장 기공식이 거행된 것은 1968년 3월25일이었다. 그리고 3개월 뒤 또 다시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이 기공식이 열렸다. 당시 업계는 선경의 두 공장 착공을 무모한 도전으로 여겼다. 세간에서는 선경이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마저 퍼졌다.

그러나 최종건 회장의 불같은 추진력과 최종현 회장(당시 부사장)의 뛰어난 지략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기적같은 일을 이뤄냈다.


두 공장 완공 후 최종건 회장은 섬유 산업의 계열화를 위해 선경유화(DMT)와 선경석유(정제)를 설립, 화학섬유의 원료 산업인 석유화학 공업의 진출을 도모했다. 그러나 석유 파동이 밀려오던 1973년 11월 15일 밤9시55분, 평생을 꿈꿔온 섬유산업 수직 계열화의 꿈은 동생인 최종현 회장에 넘기고 아직은 한창 일해야 할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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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평동벌에 불굴의 의지로 선경을 세워 오늘의 SK를 있게 한 최종건 회장의 개척자적 창업정신은 최종현 회장을 거쳐 2세인 최태원 SK회장, 최신원 SKC 회장에 이르기 까지 연연이 이어져 SK를 지탱하는 정신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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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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