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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100년을 앞서간 호암철학

[아시아경제 김정민 기자] 1910년 2월 12일, 우리 현대사에 굵은 족적을 아로새긴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태어난 날이다. 오늘로 딱 100년이 됐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그는 1938년 마산 합동정미소를 창업한 이래 올곧게 기업 경영의 한길을 걸었다.


호암과 그가 일군 삼성은 대한민국 국토의 백두대간처럼 우리 경제사에 큰 산줄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대를 앞서갔던 그의 혜안은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기업 삼성을 일구었고, 야수같은 기업가 정신을 뿌리내리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호암은 그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한 것 공로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평가절하돼 왔다. '돈병철'이라는 저자거리 놀림이 되는가 하면 부정축재자와 밀수범으로 몰려 여론의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기업인과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경제위기를 돌파해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때문이다. 호암에 대한 재평가작업 역시 이같은 연장선상위에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 속에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고 한국 경제의 내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제조업의 씨앗을 뿌렸던 호암의 도전정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암이 제일제당과 제일모직 등 소비재 사업으로 시작해 중화학과 중공업을 거쳐 반도체 등 첨단산업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간 순서는 그대로 한국 경제의 산업화 단계와 일치한다. 삼성의 성장사가 그대로 한국경제 발전의 역사인 셈이다. 이처럼 역사의 변곡점 위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고 앞서 길을 열었던 그의 혜안이 오늘의 삼성을 일군 토대가 됐다.


이 같은 성공에는 그가 평생 신념으로 간직했던 '인재제일과 사업보국'의 경영철학이 뒷받침 됐다.


호암과 함께 했던 이들은 그가 "재물을 탐하기보다는 인재를 탐했고, 사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익에 기여하기를 원했다"고 증언한다.


호암 스스로 "내 삶의 80%는 인재를 찾고 키우는데 썼다"고 밝힐 정로 인재에 대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공채제도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연수원을 세워 직원들을 재교육 시킨 것도 그가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큰 돈과 오랜 시간을 들여 키워낸 인재가 회사를 떠날 때에 "기업의 사명중 하나는 인재를 키워 사회로 내보는 것"이라며 되레 자랑스러워했다.


그가 그렇게 키워낸 수많은 기업인들은 지금껏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로 남아 그의 치열했던 삶을 기억케 하고 있다.


그의 평생을 '사업보국'의 신념으로 기업을 일구고 사업에 매진했다.


호암은 자서전인 '호암자전' 서문에서 "나는 인간 사회에서 최고의 미덕은 봉사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경영하는 기업의 사명도 의심할 여지없이 국가, 국민 그리고 인류에 대해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6.25 동란 그리고 이어진 정치ㆍ경제적 혼란기 속에서 꿋꿋이 기업가로서 외길을 걸은 것 역시 기업을 키우고 이를 통해 번 돈을 다시 산업에 투자해 육성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사명이라 믿은 때문이다.


100주년이 되는 오늘 그의 수제자이자 아들인 이건희 전 삼성회장과 그가 무릎에서 내려놓지 않던 손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설 연휴마저 반납한 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한 그가 일군 삼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 올림픽 파트너사로서 전세계 수십억 인구의 기억 속에 '대한민국의 삼성'을 깊이 아로새기고 있다.


나라를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아들과 손자를 호암은 살아 생전 좀체 보여주지 않던 흐뭇한 미소를 띤 채 바라보고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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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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