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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신혼의 보금자리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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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다시 노원을 생각한다. 노원은 스무해전쯤 386세대인 우리 또래들이 결혼해서 처음으로 전셋집을 가장 많이 마련하던 곳이다. 그래서 돌잔치하러 갈 일이 참 많았다. 노원이 각광받았던 이유는 낮은 집값과 전세, 도심 접근을 도와주는 전철 덕분이다. 특히 맞벌이 신혼부부들에게 내집마련할 때까지 머물러가는 최적의 정거장, 이들이 떠나면 다시 새로운 이들이 몰려와 꿈을 꾸기에 안성맞춤여서 노원은 항상 밝고 명랑한 도시였다.


수많은 내 친구들에게 상계동 골짜기는 꿈의 도시였다. 추억도 많았다. 퇴근 무렵 동네 어귀 술집에서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걸치며 세상사도 함께 걱정했다. 그런 자리엔 간혹 불러나온 새색시가 노래 한곡 뽑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그 친구들이 새집을 장만해 용인이나 신도시 혹은 강남으로 흩어졌다. 게중에는 그곳에서 아이를 낳고 정착해 이제 대학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다.

노원은 그렇게 젊은 연인들에게 기꺼이 사랑의 거처가 돼줌으로써 우리 주택문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노원은 없다. 재작년 봄 상계동일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고 난 이후 전셋값도 집값도 크게 올랐다. 뉴타운 개발로 밀려난 세입자들마저도 서울이라는 도시에 스며들 공간이 없어진 마당에 신혼부부들이 갈 곳이 더욱 없어진 것이다.


도심 한복판 예닐곱평짜리 원룸 오피스텔들도 높은 월세로 맞벌이 신혼부부가 손쉽게 전세를 구입하기도 어렵다. 그래봤자 신혼부부가 한푼도 안 쓰고 10년 이상을 모아야 작은 집이라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니...

더욱 노원이 그립다. 올망졸망 어깨를 맞댄 채 늘어선 상계동의 중소형주택단지들. 가난한 이들과 신혼부부들에게 '꿈의 생산공장'이었던 마을.


이제 아파트의 불빛은 밤늦은 신랑의 귀가를 기다리는 새색시의 설레임도, 구수한 된장국 냄새도 배어 있지 않다. 또한 놀이터 그네도 어린애들이 앉을 자리가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노원에 살았던 사람들이 간직한 정(情)과 나눔, 출발, 희망의 추억이 쇠락한 대신 탐욕과 질시가 채워졌다. 이러다 참여정부 시절의 '강남'처럼 노원도 죄악시될 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노원이 있어야 할텐데. 이제 젊은이들은 결혼하기를 더욱 주저하고 있다. 꿈을 받아줄 곳이 없어서다.지금의 신혼부부들은 우리가 결혼하던 20여년전과는 판이하게 '고생을 함께 나누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저당잡힌 셈이다.


우리들은 대개 대학에서 여자를 만나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던 것 같다. 서른을 넘겨 결혼하면 노총각, 노처녀 소리를 듣던게 다반사다. 그러나 지금은 서른 즈음에 결혼하는 이들은 아주 이른 편에 해당된다. 이런 모든 것에는 더욱 각박해진 세상과 집값이 밑바탕을 깔고있다. 당장 기거할 공간도 마련하기 어렵고 미래도 불투명하니 어디 선뜻 결혼을 꿈꿀 수 있으며, 결혼한들 아이를 낳을 형편이나 되겠나 ?


지금 결혼하려는 이들과 세상의 불화는 더욱 깊어졌다.


사실 달동네도 그렇다. 주민들이나 정책담당자들은 이곳을 재개발 대상으로만 인식한다. 그런 편향으로 인해 도시 빈민들이 도심 밖으로 밀려나 인근 도시의 슬럼화를 재촉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지금의 전세값 급등은 급격한 재개발, 재건축에 기인한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혼과 저출산, 양극화, 활력을 잃은 경제주체 등등 악순환은 더욱 깊어진다.그러니 함부로 깨부수지 말기를 바란다.속도를 조절하고. 사람들이 정착할 방도를 마련하면서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노원처럼 세상이 붕괴하는건 시간문제다. 노원은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의 붕괴를 간단히 보지 마라.


우리도 후배들에게 빚진 심정으로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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