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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이름 딴 '배상면주가' 왜 막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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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 출발 다른 전략, 형 92년 국순당 차려..막내 영호씨 父에 각서쓰고 주류 사업

[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배상면주가'


산사춘으로 유명한 주류 명가다. 한 해 매출은 400억 원이지만 전통주 시장에서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회사 사장은 '우곡' 배상면 선생의 막내 아들인 배영호씨(51)다. 큰 형은 배중호 국순당 대표(57), 누나는 배혜정 누룩도가 사장(55)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장자상속'의 유교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큰 아들이 아닌 막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딴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막내 아들의 아버지 이름을 딴 주류회사 운영에는 이유가 있단다.

우곡 선생이 전통주 사업에 뛰어든 건 1985년 2월 배한산업을 세우면서 부터다. 배한산업은 크게 술 제조의 핵심인 누룩파트와 술을 판매하는 생산라인 등 2개의 파트로 운영됐다.


누룩쪽은 우곡 선생과 큰 아들인 배중호 씨가 맡았다. 대신 생산라인은 막내인 배영호 씨가 담당했다. 이러다보니 사업 초기에는 누룩 쪽에 사업의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1990년 5월 백세주가 출시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백세주는 출시 1년 만에 단일 품목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연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24시간 쉴틈없이 돌아가는 생산라인 속에서 생산의 중요성이 커졌고, 2개의 사업파트는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있었다.


배중호 사장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중시했다. 이에 반해 동생인 배영호 사장은 일본식의 '다품종 소량생산'에 무게를 뒀다. 형제간의 사업전략은 차이가 있었고, 결국 1992년 형인 배중호 사장이 배한산업을 중심으로 국순당을 창립하면서 '한집 살림'은 마무리됐다.


이후 배영호 사장은 산사춘을 출시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배 사장은 형과 누나가 모인 가족모임에서 아버지의 이름인 '배상면'을 딴 주류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아버지이자 술 스승인 우곡 선생에게 내비친다.


우곡 선생은 이 자리에서 막내로부터 각서를 받고, 자신의 이름을 딴 주류사업을 허락했다. 이렇게 해서 배상면주가는 1996년 큰 아들이 아닌 막내아들의 품에서 합자회사로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한 형제간의 우애에 금이 가는 일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형제분들이 모두 도곡동에 모여 살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모인다"며 "주말에는 새로 나온 술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서로가 라이벌 의식을 갖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고 말했다.


한편, 우곡 선생은 최근 국순당 보유주식을 전부 팔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며 후학 양성을 위한 '양조학교' 설립에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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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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