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구조조정 어떻게 진행되나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최대열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워크아웃 수순에 돌입하면서 유동성 위기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무리한 차입경영에 대우건설, 금호생명 등 매각 차질로 자금 순환 한계에 부딪힌 그룹은 이제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에 따른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해야할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그룹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에 대한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까지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향후 출자전환이 진행될 경우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대한통운 매각 등 새로운 차원의 상환방식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 채권단, 고강도 구조조정 압박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호의 유동성 위기가 경제, 금융 전반으로 파급되는 것을 조기차단하기 위해서는 주력 계열사 워크아웃뿐만 아니라 자산 매각 수위도 더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금융권 전체 부채는 국내 대기업중 현대차ㆍ삼성ㆍSKㆍLG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총18조원. 산업은행 외에도 우리금융ㆍKB금융ㆍ하나금융ㆍ신한금융 등 4대은행에도 고르게 여신이 분포돼 있고, 1금융권뿐만 아니라 2금융권 등에서 단기부채가 퍼져 있다. 이들 여신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고 경제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게 당국과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신속할수록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다"며 "금호그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외에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을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시키고 과거 무리하게 인수한 기업들을 매각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우건설을 매각하더라도 풋백옵션 행사를 감안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추가 유동성을 마련해야한다는 점에서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은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박삼구 명예회장 등 그룹 대주주의 구조조정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금호그룹이 다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 출자전환 최대 3조… 오너 사재출연 불가피
30일 오후에 열리는 금호산업 이사회는 애초 금호아시아나 베트남프라자의 차입금 지급보증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자리였으나 최근 현안인 회사 워크아웃 문제나 대우건설 매각건도 자연스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측에서는 아직 안건 채택 여부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금호산업 모 사외이사는 "대우건설 풋백옵션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금호산업이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에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대규모 출자전환, 오너 사재출연, 주요 핵심자산 매각 등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두 계열사에 대해 출자전환을 단행할 경우 규모가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워크아웃을 통해 채무가 동결되면서 3조원 정도의 부채를 출자전환하면 대우건설 풋백옵션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건설 주가가 1만 2000~1만 3000원 정도에 머무르면서 상환 규모가 4조원 대에 이르는데다 업황 부진, 추가 유동성 확보 등 문제가 걸려있어 채권단의 워크아웃 대상 확대 압력이 거셀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워크아웃으로 향후 상환 방식에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구체적인 사재출연 방법과 규모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내놓을 경우 다른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까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워크아웃 이후 재무구조 등 기업이 정상화되면 경영권을 다시 돌려주는 바이백 옵션을 주거나 대주주가 직접 사재를 출연하는 것을 전제로 경영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 박철완 부장이 10.69%, 박찬구 전 회장이 8.43% 등 오너일가와 재단 등이 63.2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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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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