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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마징가 주먹 크기 '쇠집게'에 놀라

국내 최대 단조프레스 설비업체 'HBE' 생산현장 가보니
5000t급 쇠망치, 마징가 주먹크기 '매니퓰레이터'에 놀라



[경주 안강 = 박충훈 기자]포항공항에 내려 서쪽으로 40분을 가면 경주 안강읍이 나온다. 조용한 시골마을 분위기의 이곳에 국내 최대, 세계 3위의 단조프레스 설비를 만드는 HBE(대표 최명호)가 지난 달 문을 연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HBE는 3000~5000t급 대형 단조프레스 설비와 매니퓰레이터를 만드는 회사이다. 기존 1000t~2000t급 단조프레스 설비를 만드는 곳은 국내에 몇군데 있으나 이처럼 본격적으로 대규모 설비를 만드는 곳은 HBE가 국내 유일하다.

안강공장의 1년 생산량은 2000억원 규모이다. A, B, C, D 네 구역으로 나뉜 건평 1만 4000㎡ 규모의 조립단지에 들어서니 먼저 거대한 매니퓰레이터가 눈에 띈다. 매니퓰레이터는 단조프레스 작업을 할때 제조품을 잡아주는 집게 역할을 하는 설비이다.


기자가 본 매니퓰레이터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30t, 80t급 장비로 한번에 2.5m두께의 단조물을 들어올릴 수 있다. 집게에 보조설비를 장착하면 집을 수 있는 크기는 더 커진다. 회사측은 이보다 3배가 큰 250t급을 곧 인도에 공급할 예정이다.

5000t급 '쇠망치'인 단조프레스 설비는 한창 조립중에 있었으나 몇십m에 달하는 부품들이 대강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이들 설비는 규모가 크지만 정밀한 조립기술이 요구된다. 10~18m에 달하는 단조프레스 설비 기둥 조립부에는 머리카락 스무개 굵기(2㎜) 이내의 정밀도가 필요하다.


매니퓰레이터 뿐 아니라 생산 현장 곳곳을 둘러보니 흡사 레고블록을 거대화한듯한 여러 기계 설비가 즐비하다. 이 회사는 이처럼 전종류의 단조설비에 대해 제품 수주후 시제품을 내놓기까지 일괄 작업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턴키 베이스 방식을 강점으로 한다. 안강공장 증축으로 7%정도였던 외주 비율을 더욱 낮추고, 수주량이 급증할 경우에도 자체 생산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한다.


생산현장에는 곳곳에 덩치가 상당한 벽안(壁眼)의 기술자가 눈에 띈다. 회사대표가 2000년 초 사업을 시작하며 인연을 맺었던 우크라이나에서 데려온 기술자들이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 시절부터 금속, 기계산업에 있어 높은 수준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와 HBE의 숨은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보통 용접작업은 지면으로 장비를 내린 후에 하는데 이들은 서슴없이 스스로 장비를 타고 올라가 몇십m 위에서 용접작업을 바로 한다. 용접부위를 내렸다 올리는 번거로운 과정이 생략되니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인도에서 온 11명의 설계 기술자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7명의 생산 조립 기술자는 이 회사가 자랑하는 든든한 우수 인력이다. 또 HBE는 외국과의 사업, 거래가 많은 까닭에 직원 면접을 볼때도 실무진이 중국, 러시아, 영어로 가혹한 프리토킹 테스트를 거친다고 한다.



단조프레스 설비는 기본적으로 워낙 대형설비이고 관련기술과 부품공급문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HBE는 NKMZ(우크라이나), Erzhong(중국), WEPUKO(독일) 등 유수의 설비 전문업체와 네트워킹을 맺고 있어 부품조달과 사후관리에 문제가 없다.


수주후 납품까지 1~2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 무엇보다 해외바이어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HBE는 납기는 최대 5개월 이상 앞서고 품질은 우수하며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 해외 바이어들의 신뢰가 쌓였다. 지난해 전체 매출중 절반을 차지하던 수출 비중이 올해는 80%로 대폭 늘었다. 인도, 이란 등 해외 대형 프레스 수주에 집중하며 해외수주 잔고가 1409억원에 달한다. 풍력, 조선 플랜트 등 전방산업이 활기를 보이며 내년에는 수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회사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이 회사는 압축천연가스(CNG) 실린더 연료용기 제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정했다. 이 실린더는 서울 시내버스를 비롯해 선박이나 NGV 차량 등에 연료·소화용 가스를 담을 수 있다. HBE는 기존의 금속판을 덧대 만드는 '튜브'공법에서 진일보한 통째로 바닥과 몸체를 일체화한 '드로잉' 공법으로 금형을 제조할 예정이다. 이 공법은 가스용기의 몸통부에 이음매가 없어 고압가스 압축에 따른 용기 폭발의 위험이 낮다. 용기 제조기술에 단조프레스 설비를 제조하며 쌓은 노하우가 녹아있음은 물론이다. 회사측은 이러한 사업분야 확장을 통해 내년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주 안강 =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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