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씨티 때문에' 쿠웨이트 웃고 아부다비 울고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금융위기 당시 미국 씨티그룹에 투자했던 걸프지역 국부펀드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쿠웨이트 국부펀드인 쿠웨이트 투자청(KIA)은 쏠쏠한 재미를 본데 반해,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청은 상당한 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처한 것.


6일(현지시간) KIA는 보유 중이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고, 이를 모두 41억 달러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KIA는 지난해 1월 씨티그룹에 3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한 적이 있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KIA가 올린 수익은 11억 달러, 수익률은 37%에 달한다.

KIA 측은 정확한 매도 지분량과 지분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7년과 2008년, KIA를 비롯한 싱가포르 테마섹 홀딩스, 중국투자공사(CIC), 아부다비국부펀드 등은 자금난에 시달리던 미국 투자은행(IB)에 총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했다. 그 결과 KIA과 테마섹은 메릴린치 내 지분을 보유 중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씨티 그룹의 주요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경기회복세로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이들 국부펀드들은 투자금 회수에 조금씩 나서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경기 역시 어려운 와중에 미국 금융권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었다는 것을 질책하는 국내 비난 여론이 국부펀드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IA 역시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에 50억 달러를 투자한 이래 의회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왔다.


아울러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부채 압력이 증가하면서 현금 자산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도 원인이 됐다. 쿠웨이트 정부는 지난 1월 “2008년 10월 이래, KIA는 해외 증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자산을 현금으로 변환시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5월에는 “재정적 필요에 따라 유동자산을 확보 중”이라고 강조했다.


쿠웨이트 파이낸셜 센터의 M.R. 라후 헤드는 “KIA의 씨티 지분 매각은 시장의 자신감을 높여줄 것”이라며 “요즘과 같은 시기에 수익을 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주변 아부다비 국부펀드 아부다비 투자청은 씨티그룹에 대한 투자로 낭패를 볼 위기에 처했다. 씨티그룹 투자 당시 씨티의 주식을 내년 3월15일 이후 주당 31.83달러에 매입하기로 한 ‘에퀴티 유닛’ 조항이 문제가 된 것이다.


현재 씨티의 주가는 주당 4.06달러. 주가가 내년 3월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아부다비가 씨티그룹의 주식을 실제보다 8배가량 비싼 가격에 사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씨티의 주가가 내년에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아직까지 그럴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카타르 투자청은 지난 달 폴크스바겐 지분 가운데 절반을 매각하면서 15억 유로(22억6000만 달러)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에 투자했던 아부다비 투자자들도 지난 6월 지분을 매각하면서 14억6000만 파운드(24억2000만 달러)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