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두바이 국영 개발업체 두바이 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데 따른 후폭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추수감사절 휴일로 휴장한 가운데 유럽 금융주가 급락했고, 변동성지수는 급등했다.
채권단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두바이 정부가 직접 투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미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것. 채권자들은 디폴트에 대비해 직접 자산 동결 및 법정 소송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 디폴트 가능성 배제 못해 = 두바이월드의 채권자들은 6개월 채무상환 유예를 요청한 두바이월드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는 모습이다. 당장 자금을 끌어올 방안이 불투명한 데다 두바이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안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나킬의 채권 35억 달러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채권자들의 판단이다.
투자자들은 두바이월드 재건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에 몇 년이 소요될지도 알 수 없고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안도 불투명하다는 것. 다른 투자자들은 나킬의 채무조정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자산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는 자산 동결과 법정 대응을 포함해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주요 외신에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전문사 QVT파이낸셜은 두바이월드 자회사 나킬의 채권자들을 대리해 투자자 컨퍼런스콜을 조직했다.
투자자 컨퍼런스콜의 주요 안건은 채권자들을 대변할 법률 고문을 선임하는 것이었다고 WSJ은 전했다. 한 투자자는 “어떤 로펌이 채권자들의 이익을 잘 대변할지 따지고 있다”고 전했다.
◆ 금융권, 증권가 후폭풍 시달려= 26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CS)는 유럽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두바이 관련 채권 및 대출 규모가 400억 달러로, 이들 은행들이 두바이 월드 모라토리엄으로 인한 잠정적 손실 우려에 직면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CS는 유럽 은행권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크진 않지만, 400억 달러에 달하는 두바이 관련 대출 및 채권 가운데 50%가 손실을 입을 경우 내년 대손충당금이 5% 늘어나는 효과가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CS는 두바이월드가 지고 있는 전체 채무 600억 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유럽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영국 스탠다드차티드 은행의 경우 대출의 7%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나온 것으로 비중이 가장 컸고, HSBC는 2%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클레이스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로이즈뱅킹 등도 1% 미만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바이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투심을 급격히 위축시키면서 이날 전세계 시장에서 주가는 급락하고 채권가는 올랐다. 유럽증시에서 영국 및 독일 프랑스의 주가는 모두 3% 이상씩 떨어진 반면,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채권에는 수요가 몰려 독일 10년만기 국채의 경우 수익률이 6주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두바이 5년만기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00~550bp를 넘나들었다. 이는 1000만 달러어치의 두바이 채권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한해에 5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두바이 국영기업 등급 강등= 한편 두바이 경제를 둘러싼 시장 불안이 커지자 두바이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두바이 최고재무위원회의 셰이크 아흐메드 빈 사이드 알-마크토움 회장은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요청은 신중하게 계획된 것이며, 두바이월드의 재무적 입지를 고려한 것”이라며 “채권자들과 시장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중대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번 추락한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두바이 관료들이 모라토리엄 선언 직전까지도 두바이 기업들의 재정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었고,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던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한 트레이더는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은 이 일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서둘러 조치에 나섰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두바이 은행들 가운데 에미리트뱅크인터내셔널, 내셔널뱅크오브두바이, 두바이이슬라믹뱅크, 마쉬레크 은행 등 4개 금융기관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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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S&P와 무디스는 두바이 월드의 자회사인 DP월드 등 두바이 국영 기업 6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피치 역시 두바이일렉트리시티&워터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S&P는 성명을 통해 “두바이 월드에 대한 구조조정은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또 두바이 정부가 적시에 핵심 국영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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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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