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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환석 사장의 아름다운 퇴장

36년 한길...'목표는 곧 목숨' 경영철학 성장 이끌어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목표는 곧 목숨과도 같습니다. 기업에게 목표는 존재 자체를 의미합니다"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한 '코오롱의 해결사' 제환석 코오롱 패션부문 사장이 자주 하던 말이다.


조용하고 침착할 것 같은 외모지만 그는 목표를 향한 '불도저식 경영'으로 오늘날의 코오롱을 있게 한 주역으로 꼽힌다.

그의 등장과 함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코오롱의 아웃도어와 스포츠의류 등은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고 다소 부진했던 여성복과 아동복 시장에 새롭게 진출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 사장은 올해로 36년째 근속한 '정통 코오롱 맨'이다. 그가 코오롱과 연을 맺은 것은 대학 졸업도 채 하기 전인 1973년. 당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코오롱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고 구조조정본부 등을 거쳐 FnC코오롱, 코오롱 패션, 캠브리지를 총괄하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오랜 부실을 털어내고 2003년 대표로 취임한 지 1년만에 FnC코오롱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 시켰으며 해외시장 진출, 유통망 확대, 브랜드 경쟁력 제고 등 패션기업의 우선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그러나 제 사장은 이 같은 성과에 대해 항상 "열정적으로 일해 준 경쟁력 있는 직원들 덕분"이라며 회사 직원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불도저'처럼 강단있게 사업을 키워갔지만 직원들과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솔선수범'과 '진심'으로 직원들을 대했고 이는 CEO와 직원간의 끈끈한 정으로 연결됐다. 2006년 그의 환갑 당시 직원들이 마련한 '깜짝 파티'에 눈물을 훔치던 모습은 아직도 직원들 사이에서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얘기로 전해지곤 한다.


이처럼 직원들과 함께 사업구조를 바로 세우고 실적개선에 앞장섰던 그의 용퇴는 오는 11월 코오롱패션과 캠브리지의 합병, 12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결정한 일이다. '새 출발을 새 리더에게 맡기고 싶다'는 게 제 사장의 설명이다.


2003년 취임 후 6년여간 애정으로 일궈온 텃밭이 이제 막 결실을 맺고 있기도 한 지금 제 사장의 이 같은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코오롱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제 사장의 퇴장이 아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이유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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