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변에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 지도자를 보면 항상 부러움을 갖습니다.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는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어눌한 듯 보이면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는 리더가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뜻을 상대방에게 잘 전함은 물론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리더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작가 스튜어드 체이스는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바다에 살고 있다. 그러나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속에 있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일상 속에 있으면서도 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소홀히 하고 있음을 지적한 말로 우리들은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리더를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주변인들과의 상호 작용에 그다지 노력하지 않고 있음을 질타한 말이기도 합니다.
본시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이 고독을 잊기 위한 인위적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빌렘 플루서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우리가 무의미한 맥락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무의미한 맥락 속에서 우리는 완전히 고독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사라진다. 즉 우리는 혼자서 죽음의 판결을 받는 세계 속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근본적인 고독과 무의미에 대한 지식을 계속 간직한 채 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인간은 고독으로부터, 죽음으로부터의 탈출과 이를 잊기 위해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정치적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일부 학자는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것 중의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합니다. 동물들도 자기들 세계 속에서 신호와 몸짓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만 인간은 노동을 통해 손과 두뇌로 이어지는 생체 내부의 자아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동물들로부터 구분됐다고 합니다. 또 사회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소수자들 간의 대인커뮤니케이션, 집단 또는 집단 내부자들끼리의 집단커뮤니케이션 등 점차 교류와 대상규모가 커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홀로 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커뮤니케이션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습니다.
이는 어떤 조직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이든 기업이든 사회든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 특히 ‘메시지를 통한 상호 작용’을 통해 조직을 작동하고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상하관계가 뚜렷이 구분돼 있는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는 더욱 중요합니다. 현대 경영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도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60% 정도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된다”며 커뮤니케이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드러커는 또 기업의 문제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연관된다고 강조하고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과의 관계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기업의 리더, 경영진의 리더십은 기업에 있어서 절대적입니다. 많은 경영진들은 정기적인 모임 즉 신년모임이나 회사 창립기념일, 월례모임 등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거창하게 기업의 비전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 속에는 심오한 뜻도, 심대한 계획도 들어 있지만 조직원들의 귀엔 잘 들어오지 않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모두가 참여하는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이 가지고 있는 한계입니다. 경영자가 심혈을 기울여 방향과 목표를 제시했는데 파급 효과가 적다면 소통이 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족함이 있다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찾아야 합니다.
일회성 메시지나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때가 바로 이 때입니다.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나’라는 개인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지만 일상에서 또는 소그룹의 대화에서 리더의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직원들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기업 리더들이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찾고 근로자들과 함께 대화하는 ‘현장 경영’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이려면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일상의 작은 커뮤니케이션은 리더와 구성원들간의 호감과 이해도도 높여줍니다. 화이자의 전 CEO인 맥킨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함께 탄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애로사항은 없는지 질문하고 동승자의 대답 듣기를 즐겨했다고 합니다. 회사의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리더가 편하게 대화를 걸고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면 회사는 매우 편안하고 화목한 조직이 될 것입니다. 경영학자이자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가 현장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관리하는 MBWA(Management By Walking Around)를 주장한 것도 일상의 작은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아침 일상속의 작은 대화, 구성원들과 생활 속에서 소통하는 리더가 돼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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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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