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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당신의 회사가 안 돌아가는 이유는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경영의 구루인 개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 직원들을 섬기고 영감을 줘야 경영혁신에 성공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하멜 교수는 “상사가 부하에게 책임을 지고 기업은 직원을 모셔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직원이 기업을 모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멜 교수의 경영철학 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경영혁신에 성공할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에게 하멜 교수의 경영철학은 아직 먼 이야기 같습니다. 인재를 거느린 채 끊임없이 훈수를 두다보니 인재가 입을 닫아 버립니다. 창조, 성과, 혁신, 효율, 변화 등 좋은 말은 다 동원해 비전(?)을 제시하지만 임직원들에겐 공허한 메아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경영자 앞에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와 다짐을 보이지만 그 자리를 벗어나면 모든 걸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자신의 머리는 도그마로 꽉 차 있으면서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면 그것이 먹혀 들어가겠습니까. 조직시스템은 전근대적인데 글로벌 기업을 쫓아가자고 독려하면 그것이 실행에 옮겨지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경영자와 임직원이 따로 노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경영자가 제시한 비전이 외부엔 그럴듯하게 비쳐지지만 단지 홍보용에 그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경영자는 ‘언어의 유희’를 즐기며‘내 지시대로 하라’고 외치지만 조직은 냉담하고 냉소적인 것이지요. 경영자가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다보니 브레인들도 지시가 내려오길 기다리며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문제점은 알고 있으면서 감히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니 조직은 점점 경직되고 무능력하게 됩니다.

한 대형교회 목사에게 “당신을 성공한 목회자로 만든 요인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설교하려는 유혹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들어줄 것인가’가 목회 현장에서 중요하다는 고백입니다.


이미 고인이 된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그가 지휘한 곡이 명곡이 될 수 있었던 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소리를 끌어내는 출중한 리더십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명연주일수록 눈을 감고 지휘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오로지 들을 수 있는 귀만 열어 놓은 채 하얀 지휘봉으로 천상의 소리를 만들어 갑니다.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을 발굴해 옆에 둘 수 있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 리더”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이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을 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 충분한 자기 절제력을 지닌 사람은 유능한 리더”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뛰어난 사람들을 발굴해 옆에 두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절제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다고 해서 유능한 리더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참 리더는 듣고, 공유하고, 함께 갑니다. 내 목소리는 죽이고 남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임직원들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터트려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더 나아가 임직원들이 마음 놓고 실수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들어나갑니다. 경영자가 이런 덕목을 갖추고 있을 때 그 기업은 창조적 상상력이 넘쳐날 것입니다. 오죽하면 하멜 교수는 경영자는 직원을 모셔야 한다고 했겠습니까.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은 ‘실수를 멋으로 만드는 것’이 재즈라고 정의했습니다. 맞습니다. 재즈가 바로 창조경영입니다. 21세기에는 아마도 ‘재즈’와 같은 기업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경영자가 재즈처럼 유연하고, 풍부하고, 감성적이고, 관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혁 이코노믹리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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