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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 쇼핑몰의 몰락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기자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당시 한창 유행하던 종신보험 가입이었다. 화려했던(?) 총각 생활을 청산하고 가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컸고 여러 날 궁리끝에 내린 다소 엉뚱한 결론이었다.


당시 보험설계사는 코흘리게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선배였다. 외국계 보험사에서 잘나가던 선배는 몇년 후 기자에게 요식업 창업을 선언했다. 선배가 음식점을 열었다는 얘기를 들은 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였다.

'장사나 할까'라는 말을 직장인들은 농반 진담반으로 많이 내뱉는다. 말 그대로 진심은 아니지만 별다른 준비없이 막다른 길에 몰리면 선택하기 쉬운게 창업이나 고정적인 임대수입을 얻을 수 부동산 재테크이기도 하다.


그럴때 저지르기 쉬운 오류가 아는 사람에게서 들은 몇 마디 귀동냥 정보나 광고에 의존한 투자다. 모을 때는 어렵게, 하지만 그 재산에 대한 투자는 너무 쉽게 결정해버린다.

동대문, 신촌 등 서울의 대표상권에 가보면 육중하고 화려한 대형 쇼핑몰이 많다. 그중에는 화려한 외양에 걸맞지 않게 속이 텅빈 것도 있다.


분양은 됐지만 몇년 째 파리만 날리는 점포, 건물을 다 지어놓고 문도 못여는 상가...결국 두세평 남짓한 수백, 수천개의 작은 가게들은 기대와 설레임에 부풀어 있던 그 숫자만큼의 가족의 눈물이 돼 버린 셈이다. 희망이 악몽으로 뒤바뀌어 버리는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규모나 입지만 생각하고 급변하는 트랜드를 챙기지 못한 아이디어의 부재에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쌈지돈을 모아 장사를 시작한 투자자들이 이 함정에 빠지지 않는 길은 의외로 단순할지 모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선배는 꽤 파란만장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선배의 치밀함과 장사운이 겹쳐서인지 가게는 지금도 잘 된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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