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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은행장 '발바닥 경영' 현장 동행기

직원들과 야간산행으로 환경.영업.나눔철학 확산 나서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추석연휴를 3일 앞둔 지난 29일 저녁 7시, 녹색 두건(bandana)를 머리에 질끈 둘러맨 세련된 등산복 차림의 중년신사가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주차장에서 100여명의 젊은이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나이 차이만 보더라도 손벽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마치 정든 애인을 만난 듯, 보고 싶었던 친구를 만난 듯 서로 격의가 없다.

이들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조이 투게더(Joy Together)’를 메아리치도록 외친다.


최근 ‘발바닥 경영’으로 금융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서울 송파본부 직원들의 야간산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발바닥 경영은 ‘발로 뛰는 영업’과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금융’ 그리고 1000보를 걸을 때마다 100원을 기부하는 ‘나눔의 철학’ 세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지역본부별로 연중상시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김 행장은 산행 중 은행 CEO라기 보다는 한편으로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중간 중간 여직원들의 사진촬영요구를 받아야 하는 '인기모델'이었고 때로는 최근 수술을 받은 직원들을 거명하며 일일이 건강을 챙기는 '아버지'였다.


“행장이 떴는데 저녁식사가 왜 이리 부실해”라고 타박 아닌 타박을 놨지만 직원들은 ‘행장님 다이어트 하신다면서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받아넘긴다.


옆을 지나가던 한 직원을 가리키며 “촌에서 빌빌거리던 놈을 서울로 발령 내 출세시켰다”고 하자 “서울 와서 제 세상을 만났습니다”라는 화답이 돌아왔다.


출발 1시간 30분여만인 저녁 9시께 목적지인 수어장대에 도착해서 직원들이 돗자리를 깔고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자 김 행장이 기자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지금 저렇게 일사분란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돈이 됩니다”


실제 10분도 안돼 지점별로 돗자리가 깔리고 간단한 야식거리가 가지런히 놓여졌다. 김 행장을 위한 돗자리는 없었다. 지점별로 김 행장을 모시고 가려고 직원들이 서로 경쟁을 하니 필요가 없는 것이 당연지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이면 말이 많은 편이죠. 그 말을 막기보다는 자기들끼리 토론을 하도록 놔두면 뭔가 정해지고, 거기서 나오는 추진력 또한 훨씬 강합니다. 직원들에게 사고와 행동의 ‘여유’를 줘야죠. 그러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산길에 김 행장은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불안하다”며 “내후년쯤되면 직원들 월급 올려줄 정도는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또 “내 임기 중에 임금을 인상시켜주자는 단기 목표가 아니라 중장기 경영기반을 다져 후임 행장이 맘 놓고 직원들 복지수준을 향상시켜주자는 마음가짐이고 직원들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행장은 이어 “단기 실적을 목표로 해선 안됩니다. 내가 ‘영업의 전설’이라는 평을 받지만 성실하게 노력을 하면 그 결과는 시차를 두고서라도 돌아오기 마련인데 매일매일 실적압박을 주는 게 서로 손해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에 아직 누적 적자를 탈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못 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손상각을 많이 털어내고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리스크관리에 보다 철저히 나섰기 때문이다.


나눔에 대한 확고한 철학도 내비쳤다.


"무조건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좌판에서 행상을 하는 사람이 돈을 벌어서 연 100% 이상 살인적인 금리로 쓰고 있는 빚을 갚고 자기 가게를 마련토록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정상적인 대출회수가 절반, 또 그 중 절반만이 자활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 분들이 은혜를 알아요. 나중에 이 분들이 기부를 하고 또 그 돈으로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합니다."


김 행장은 "진정한 나눔은 진짜 어렵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저녁 10시께 남한산성 주차장으로 돌아온 김 행장과 송파본부 직원들은 이 날 만보계에 찍힌 약 8000보에 2000여보를 보태 각자 1000원씩을 모금함에 넣었다.


김 행장은 “발바닥 경영을 요즘 하고 있는데 여러분 건강에 참 좋은 거야. 또 환경에도 유익하고.”


김 행장은 차에 오르기 전 또 다시 직원 한 명 한 명 모두와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대출 등 실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하나은행 직원들이 변하고 있어요. 두고 보세요. 지금도 잘 하지만 최고의 경지에 오를 날이 곧 옵니다. 기대하세요."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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