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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어디갔다 이제오셨어요” 눈물의 바다

60여년만에 만난 남측 97명·북측 228명 한자리

[금강산=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남북 이산가족 추석 상봉 행사가 26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시작돼 남측 이산가족 97명이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 228명과 60여년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이번 상봉행사에선 특히 국군포로 한 가족과 납북자 두 가족이 ‘특수 이산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북쪽에 있는 국군포로 이쾌석(79)씨는 남한의 동생 정호(76), 정수(69)씨와, 1987년 1월 납북된 동진호 선원 노성호(48)씨는 남측 누나 순호(50)씨와, 역시 동진호 선원 진영호(49)씨도 남한에 있는 누나 곡순(56)씨와 각각 상봉했다.
국군포로 이쾌석씨는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자 징집됐다가 실종됐다. 동생 정호씨도 1952년 자원 입대한 후 1963년 제대했다.

정호씨는 “전쟁터에 가면 소식이 끊긴 형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자원 입대했다”며 “1960년 형의 사망 통지서를 받은 뒤 제대했다”고 말했다.


형 쾌석씨는 “13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정호씨의 말에 “나는 오마니를 한 시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납북 어부 노성호씨가 남한 누나 순호씨에게 “여기 와서 장가도 가고 대학도 나오고 이렇게 잘 살고 있다”면서도 “한 시도 고향 생각, 누나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하자 순호씨는 “옛날 모습 그대로네”라며 동생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납북 어부 진영호(49)씨의 남측 누나 곡순(56)씨는 올케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이번 상봉자가운데 최고령자인 정대춘(95)씨는 북쪽의 막내 아들 완식(68)씨와 손자 명남을 만났다.


아들 완식씨는 “서울에 잠시 갔다 오신다더니 왜 이제 오셨어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상봉장에선 상봉단을 인솔하고 방북한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이 남북 가족들의 눈물어린 재회를 지켜봤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는 작년 7월 완공됐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이후 빈 건물로 있다가 이번에 처음 가동됐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저녁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27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개별 상봉을 하며 오후에는 온정각 앞뜰에서 야외 상봉을 한다. 남측 방문단은 28일 금강산호텔에서 마지막 작별 상봉을 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2차 행사에선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99명이 역시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한 가족 449명과 만난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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