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알제리 한 번 가야 일이 풀릴텐데..."
최근 건설업계 경영인들의 모임에서 한 중견건설사 CEO의 한숨섞인 말이다. 무려 50억달러가 투자되는 해외신도시사업이 수개월째 제자리 걸음인 것과 관련, 옆자리 다른 CEO에게 토로하듯 건넨 답변이었다.
그가 말한 사업은 알제리 부이난 신도시 건설사업이다. 대우건설(25%)과 한화건설(25%)을 대표 주간사로 국내 8개 업체가 참여한 이 사업은 벌써 수개월째 첫 삽도 못떴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내심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이 선뜻 쉽지 않아 한숨만 내쉬고 있는 것이다.
컨소시엄은 사업 추진을 위해 현지에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고 투자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알제리 정부는 지난 4월 대통령 선거 등을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반려했다.
일단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3선에 도전, 반군단체의 방해와 폭력사태 등으로 정치 상황이 혼미했다. 그런 속에서도 사정이 나아지면 조속히 사업을 시행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하고 수개월이 흘렀지만 사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민간 주택사업을 접다시피한 건설사들에게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특히 알제리 정부의 사업 지연 이유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함에도 한국 정부관계자들이 알제리를 찾지 않아 생긴 '괘씸죄'로 알려지면서 건설사들이 더욱 난감한 상황에 부딪혔다. 알제리 현지 직원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묶여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한 CEO는 "정부도 나서 줘야지.워낙 뒷짐만 쥐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까. 정장관에게도 올초부터 현재까지 해외건설수주액 208억달러의 24%에 육박하는 큰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짐에도 한 번 들여다 보지 못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장관은 4대강 살리기사업,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 굵직굵직한 정부사업이 추진되면서 격무에 시달렸다. 6월 들어서는 개각설이 나돌았으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등으로 현안도 산적했다. 재임이 결정된 후에도 각종 현안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바람은 정부가 민간 기업 해외 세일즈나 거들어 달라는 투정이 아니다. 5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먹거리는 분명 국가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칫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틀어진다면 한 두 기업을 떠나 국가적인 손해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양념이 없으면 맹탕이다. 소금 역할이 필요한 단계다.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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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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