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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1년]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기업

반도체·가전·조선 앞선 기술력
글로벌 위기극복 선봉장 한 몫
R&D 투자확대 구조조정 필수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불침함'으로 여겨지던 국내 대기업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줬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굴지의 대기업들이 금융위기 쓰나미에 쓸려 최악의 적자기록을 양산하는 '추태'를 보여야 했다.

그러나 10년전 외환위기의 파고를 헤쳐나오며 면역력을 기른 삼성, LG, 포스코, 삼성중공업 등 일부 기업들은 곧바로 전열을 정비, 경쟁우위의 기술력과 과감한 점유율 확대 전략을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빠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반면 몇몇 기업들은 다가올 위기를 예견하지 못한 채 '덩치 불리기'에 몰두하거나 미래에 대한 대비없이 호황을 즐기다 뒤늦은 구조조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ㆍLGㆍ포스코..기술력으로 위기돌파

경제위기에도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꾸준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술우위의 경쟁력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쟁사들이 최악의 경제위기로 구조조정에 매달리는 동안 공격적인 시장확대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이미 지난해 4ㆍ4분기에 총 50.4%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점유율이 57.1%로 확대됐으며 3분기에는 6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D램의 절반이상이 한국산이라는 얘기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ㆍ4분기 43.1%였던 점유율이 올해 2분기에는 54.0%로 껑충 뛰었다. 불과 6개월새 세계시장 점유율을 무려 10.9%포인트나 높인 것.


휴대폰도 올해 2분기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30%를 돌파해 30.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전의 왕'으로 불리는 TV시장에서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LCD TV에 이어 LED를 광원으로 채택한 차세대 LED TV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가 업계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09'에서 보더리스(Boderless) TV를 앞세워 2011년 삼성전자 추월을 선언하며 글로벌 가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강신익 LG전자 사장은 "1등을 향한 진군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강사장은 "하반기 마케팅에 상반기 대비 두 배의 비용을 쏟아붓겠다"며 "전체 판매서 보더리스 TV 비중을 20%까지 높여 부가가치를 늘리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90%의 매출을 해외서 만드는 삼성전자는 TV시장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은 물론 PC, 노트북 등 전분야에서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DMC(세트) 부문 총괄사장은 "지난해 5월 조직개편 이후 PC를 통신쪽으로 가져온 후 판매량이 정확히 2배가 늘었다"며 "전세계적으로 10% 마이너스 성장하는 상황에서 홀로 성장하다보니 업계 리더들의 견제가 심해 골치가 아플 지경이지만 내년에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ㆍ중공업은 금융위기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이다. 감산과 수주 급감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해외 경쟁사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미 불황의 바닥을 치고 경기 회복 이후의 호황기를 대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총 투자액 7조3000억원을 집행한다. 이는 회사 설립 후 가장 큰 금액이자, 글로벌 업계 가운데에서도 유래를 보기 힘든 공격 투자다. 이 가운데 신성장 투자 목적 금액 1조7000억원을 활용해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며, 인도와 멕시코 등 자동차 산업 성장 지역에 공장 및 서비스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포항 및 광양제철소 시설 업그레이드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경영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해외 철강사나 설비사들을 인수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경제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그동안 포스코는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게 기본 경영철학이었으나 공장을 인수해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는 '브라운필드형' 투자와 M&A를 하는 게 또 다른 성장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계는 불황 극복 전략의 일환으로 가격경쟁이 극심한 컨테이너선 대신 부유식 원유저장설비(FPSO)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울산 해양공장에 완공한 H도크를 FPSO 전용 도크로 완성해 건조를 진행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7월 네덜란드 로열더취쉘이 발주하는 총 50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해양 프로젝트인 LNG-FPSO 독점 공급과 관련한 기본계약을 체결, 향후 15년간 총 10척의 LNG-FPSO를 건조하는 성과를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구슬땀..부활나섰다


경기 호황기에 문어발식 M&A로 덩치를 키웠다 금융위기 직격탄에 유동성 위기를 맞은 일부 기업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 및 비주류 계열사를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동시에 주력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 아래 국내는 물론 해외 신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전선은 비주력 계열사를 처분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키로 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매각 자금과 유상증자 등으로 가용 현금을 확보해 단기적인 재무 위험을 해소했다는 평이다. 대한전선은 올 들어 한국렌탈, 트라이브랜드, 대한ST 등 자회사 매각으로 1200억원과 BW 발행으로 3500억원, 유상증자로 700억원 등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매각이 최대 현안이다. 매각가 산정을 두고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불협화음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연내에는 매각작업을 마무리짓고 발목을 잡아오던 풋백옵션문제를 깨끗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호는 금호생명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오토리스 등 비주력 자회사를 잇따라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한데 이어 최근 들어 시장상황이 급격히 호전되면서 경영에 청신호가 켜졌다. 동부그룹도 핵심 계열사 동부메탈 매각을 위해 산업은행과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한진과 웅진 등 다음달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 예상되는 그룹들의 구조조정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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