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나비다"
23일 오후 4시14분, 서울광장에 모여앉은 시민들 사이로 흰 나비 한 마리가 날았다.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봉하마을에도 오더니, 또 왔네"라며 나비를 반겼다.
흰 나비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닷새째 봉하마을 빈소에 놓인 영정사진에도 머물다 날아가 조문객들이 '상서로운 기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비가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약 3분이 흘렀을까, "들어오셨다"란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들었다. 대형 스크린에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 서울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비쳤다.
시민들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제히 'Awake Korea'. 'Rest In Peace', 'Acting Conscience', 'We will not forget' 등 준비해온 피켓과 노란 풍선을 흔들었다.
운구 행렬이 멈추고, 차에서 내린 이희호 여사가 단상에 올랐다. 이 여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국장기간 동안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운을 떼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이 여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는 "제가 바라옵기는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라며 "그것이 남편의 의지입니다"라고 울부짖듯 말을 마쳤다. 꿋꿋한 이 여사의 모습에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이희호 여사님 사랑합니다"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이 여사는 인사를 마친 후 다시 차량에 몸을 싣고, 운구차량과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다. 준비돼 있었던 수백개의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았다.
곳곳에선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광장 한 켠에 마련돼있던 KBS보도국 부스는 계란 세례를 받았다. 운구차량과 함께 가두행진하려던 시민들은 경찰에게 저지당했고 서울역에서 숙대방향으로 운구차를 따라가던 시민들은 경찰 300여명과 충돌해 한 명이 연행됐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서울광장을 찾은 한 시민은 "많이 슬프고, 국민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했던 한 사람이 떠나게 돼 너무 안타깝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돼 생긴 일이라 더욱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용서하였으므로 당신의 생은 위대합니다"
황지우 시인의 추모사가 끝나고, 시민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는 것으로 추모문화제는 마무리됐다. 사람들은 무대로 손을 뻗어 사회자를 격려하고 악수했다.
추모문화제의 사회를 맡았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행사가 진행되는 순간마다 이제는 그분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안타까웠다"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 뒤부터 그분을 대한민국의 좌표로 삼아왔는데 마치 나침반을 잃은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5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그렇게 김 전 대통령을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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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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