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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들, 베트남서 '섬유 르네상스' 일궜다


"사양산업이라는 표현이요? 그런 비아냥거림까지 신경쓸 겨를 없습니다. 바이어 유치에 생산능력 제고, 신시장 개척까지 섬유업체들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17일 베트남 호치민 인근의 송탄 산업단지. 이곳의 섬유·봉제업체들는 미국에서 주문이 들어온 크리스마스 물량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일부 부정적인 표현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보다는 바이어와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현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시장을 연구하는 일이 더 의미있다는 것을 깨달은지 오래다.

대한민국에 불어온 정보화 바람으로 200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던 국내 섬유봉제업체들이 베트남에서 '제 2의 르네상스'를 일궈내고 있다. IT업종과 곧잘 비교되며 한계사업으로도 구분됐지만, 오랜기간 집약돼온 기술력은 이제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베트남서 '거인'된 韓 업체들 = 베트남에서 국내 섬유·봉제업체들이 '세계 최고'로 불리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갭이나 자라, 망고, 폴로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중고가 제품의 바이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체도 바로 '한국업체'다.

지난 2005년 1월 부터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가동한 세아상역의 경우, 매출을 놓고 봤을 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베트남 공장은 총 86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1억달러 돌파, 내년에는 1억5000만달러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곳 공장에서는 총 72개의 생산라인에서 월 140만벌의 자켓과 원피스, 니트 제품들을 생산한다. 불량률은 3% 내외. 불량품들은 일일이 서울 본사에 보고된다.


'미국인 다섯명 중 한 명이 입는 옷'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한세실업의 활약 역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1년 진출한 선두기업인 한세실업은 현지 채용 인력 규모만 해도 1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의류제품은 1억7000만장 가량. 하루에 46만6000장, 1초당 5장을 수출한 셈이다.


이밖에도 누리안, 남양, 판코 비나 등 국내 업체들이 현지에서 눈에 띄는 매출·생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5년 전 부터 베트남에 봉제공장을 운영한 이랜드의 경우 최근 베트남 국영기업이었던 '탄콩'의 경영권을 인수해 발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외국 바이어들의 선호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지 경쟁 국가인 싱가포르, 대만, 홍콩 기업들보다 우수한 경쟁력에 베트남 현지인 특유의 손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평가다.


◆베트남 성장성 '충분'.. 노동안정화는 '절실' = 베트남 현지인들의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손기술. 공정이 복잡한 옷이나 중고가 이상의 제품을 다루기에 적합한 인재들을 비교적 찾기 쉽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인력보다 전문성이 높고 중남미 인력에 비해 결근률이 낮다.


또한 전력이나 물 공급 등 아직까지 부족한 인프라 시설이 현지 산업발달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기업활동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에게도 여전히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사람'이다. 현지 직원들의 잦은 불법파업과 이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이들의 속을 새카맣게 타들어가게 한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권순학 베트남남부봉제협의회 회장은 "빠른 속도로 오르는 현지 임금 만큼이나 기업들에게 위협적인 것이 바로 직원들의 연쇄적 불법파업"이라면서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인것 처럼 불법파업을 신고한다고 해도 정부에서는 '가능하면 임금을 올려줘라'는 식의 미온적인 대응만 한다"고 토로했다.


권 회장은 이어 "한국의 조직을 그대로 옮겨 직원들만 베트남 현지인을 채용한다는 식의 생각으로는 파업에 시달리게 된다"면서 "베트남의 문화와 체계를 이해해 소통의 벽을 넘어야 파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치민=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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