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지금 그가 있었더라면” 집념의 필리버스터

5시간19분, 최장의 의사방해연설

최근 민주당이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외치며 장외 거리투쟁에 나선 가운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964년 4월 20일 당시 제6대 국회의원이었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5시간19분 동안 쉬지 않고 연설했다.

"박정희 정권이 비밀회담으로 일본 비자금 1억3천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비상수단이었다.

당시 연설은 대한민국 의정 사상 가장 긴 필리버스터(의사방해연설)였다.

고인은 지금보다 더 열악한 민주주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국회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숙고 끝에 선택한 것이 필리버스터였다.

당시에는 본회의장에서는 발언시간의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국회법 제60조 1항이 개정되면서 시간제한 없는 연설은 상임위에서만 가능하게 됐고, 본회의장에서는 동일 주제에 대해 2회 15분으로 발언이 제한됐다.

최근 장외 거리투쟁에 나선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런 현실을 탓했다.

"국회의원들이 원시인이고 교양이 없어서 본회의장 점거하고 물리력으로 막는 것 아닙니다.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대안이 없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정세균 대표가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부터 당시 여야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의원과 원혜영 의원이 만나 필리버스터 제도 부활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 내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설득의 고통을 거치더라도 합의하겠다는 의지와 진실된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5시간19분'이란 긴 시간을 참아내며 장외투쟁이 아닌 원내투쟁을 펼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목받는 이유다.

광남일보 이상환 win@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