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여행]정수사엔 사시사철 천년의 꽃향기 가득

모란, 연꽃 핀 대웅전 꽃살문에 돌계단 숲길은 개상사화도 활짝, 절집엔 천년의 향기 가득

꽃이 피어난다. 아름다운 모란과 연꽃이 사시사철 화사한 꽃을 피운다.


사분합문살 화병에서 시작된 꽃은 잎사귀, 줄기와 가지채로 힘차게 뻗어 올랐다.

그리고 사바세계와 부처세계를 이어주는 피안의 길문이 되어 대중들의 기쁨과 슬픔을 어루만진다.


단아하게 자리잡은 꽃잎을 더듬어 보고 향기를 맡아본다. 조심스런 대중의 손끝에 천년의 세월을 잠들었던 꽃들이 깨어나 향기를 내뿜는다.

긴 장마가 끝을 보이고 있다. 하늘은 푸른빛을 다시 찾았고 뭉게구름 사이로 햇살이 따갑게 쏟아지고 있다.


산과 들, 피서지를 달궜던 인파도 이번 주말을 고비로 한풀 꺽일게 뻔하다. 이제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때다. 그럴때에는 조용한 절집을 찾아 마음을 추스리며 새로운 일상을 설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것도 천년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절집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 천년의 꽃을 찾아 강화도로 향했다. 초지대교를 지나 해안도로를 달렸다.
서해바다를 향해 펼쳐진 넉넉한 갯벌에는 먹잇감을 찾아 나선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힘차고 수많은 바다생물들의 움직임이 생생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함허동천을 지나 2km쯤 달리자 정수사를 알리는 커다란 돌비석이 나왔다.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의 마니산 기슭에 자리한 정수사(淨水寺)는 보물로 지정된 꽃살문을 달고 있는 절집이다.


입구부터 절집까지는 1km남짓, 걷기에 충분한 거리다. 자동차로 바로 올라 갈 수 있지만 길이 좁아 차 두 대가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힘이 드는 만큼 보람도 크다'라는 말이 있듯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절집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헉~헉 깊은 숨을 쉬며 산길을 오르지만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깊은 숲의 맑은 기운에 온 몸에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 개운하다.


30여분을 오르자 활엽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절집 마당으로 통하는 운치있는 돌계단이 나왔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면 마니산 자락에 살짝 걸쳐 앉은 정수사 담장 넘으로 대웅보전(보물161호)이 눈에 들어온다.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에 회정대사가 마니산 참성단을 참배한 후 세웠다 전해진다. 지금 남아 있는 사찰은 무학대사의 제자로 차의 달인인 함허대사가 조선 세종8년(1426년)에 중창했다.

정수사 대웅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살문을 가지고 있다.


사찰의 꽃살문중 최고의 걸작품으로 손꼽히는 부안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내려찌는 햇살을 받은 대웅보전 문살 한켠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꽃살문은 이채롭게도 꽃이 꽂힌 꽃병을 투각했다. 꽃병으로부터 화사한 꽃들이 피어 나간 모양이 일품이다. 꽃무늬뿐만 아니라 꽃나무를 통째로 새겨 문을 짰다. 연꽃이나 모란꽃들을 앞사귀, 줄기와 가지채로 길 게 새겨 올린 것이 보다 살아있는 듯 자연스럽다.


활짝 핀 꽃들은 담백하고 청초하며 깔끔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신도는 "실제 피어나는 모란꽃을 보는 것처럼 정교하게 조각돼 있어 그 자체로 한 떨기 아름다운 꽃"이라며 감탄했다.

더욱이 백자꽃병에 꽃꽂이 형태의 꾸밈으로 눈길을 끈다. 이는 불상을 생화로 장식하거나 금은보화로 만든 조화를 불상의 머리위에 매달아 장식하는 꽃장식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천년의 꽃향기에 취했다면 이젠 맛에 취할때다. 대웅보전 왼쪽에는 약수터가 있다.
함허대사가 경내에서 솟는 맑은 약수로 노상 차를 우려 마시며 서해 앞바다를 관조해 황홀한 선정삼매에 빠져들곤 했다고 전해지는 그 약수다.


작은 바가지로 한 모금을 떠서 마시자 한 순간에 더위가 사라질 정도로 시원함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약수 한 모금에 함허대사가 내려다 본 곳을 바라보니 탁 트인 서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산 아래로는 감색의 개펄이, 개펄 너머로는 부푼 배처럼 둥근 바다가 펼쳐진다. 산과 바다와 절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수사에는 꽃살문의 꽃 말고도 또 하나의 꽃이 있다.


입구 돌계단 양쪽 숲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개상사화(노랑상사화)다. 개상사화는 4월 초쯤에 나온 잎이 5월 말쯤 없어지고 8월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잎 없이 꽃대만 올라와 꽃을 피운다.

상사화는 잎이 있을땐 꽃이 없고 꽃이 있을땐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 하고 생각만 한다고 해 상사화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아직 이른 시기라 개상사화 군락지에는 한 가닥 위태로운 꽃대에 봉우리만 맺혀 있지만 9월 중순경에 찾으면 절집을 노랗게 물들인 개상사화와 천년의 꽃살문이 뿜어내는 향기에 흠뻑 취해볼 수 있다.


정수사에서 산길 계곡을 따라 20여분 내려가면 함허동천이 나온다.


함허대사가 수도했다고 해서 그의 당호를 따 '함허동천'이라 불리는 곳이다.


계곡의 너럭바위에는 그가 썼다는 '함허동천' 네 글자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함허동천으로 향하는 길, 청명한 숲 내음과 함께 온 몸 구석 구석에서 아름다운 천년의 꽃 향기가 피어나는 듯하다.


강화=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에서 김포제방도로와 김포시내를 지나 강화대교를 건넌 뒤 곧바로 좌회전을 하거나 강화대교를 가기전 초지대교 방향으로 가도 된다. 대곶과 초지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타고 광성보와 초지진을 지나 함허동천입구에서 2km정도 더 가면된다. (032)937-3611


△볼거리=강화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갯벌인 동막해변을 빼놓을 수 없다. 갯벌체험과 해수욕으로 막바지 피서를 즐기만 하다. 조선 숙종때 뱃길 보호를 위해 쌓은 강화 최남단 분오리 돈대의 일몰도 환상적이다. 또 아늑한 숲을 이룬 천년고찰 전등사,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마니산 참성단, 해수관음도량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 등이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