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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기획]신민아-정유미-조안, 女優들의 고생이 충무로를 빛낸다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충무로가 여배우를 혹사시키고 있다?


한국영화에서 여배우는 더 이상 꽃 같은 존재가 아니다. 남자배우들의 열연을 빛내주는 벽지 역할에서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 이제는 여배우들이 고생을 하면 할수록 영화가 더 빛나는 시대가 왔다.

스크린 속 여배우들의 수난사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여배우들은 못난이로 변신하거나 뛰고 구르거나 발가벗고 카메라 앞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김옥빈처럼 신인배우이건 김혜자처럼 수십년간 연기해온 중견배우이건 상관 없다.


올 여름 한국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들의 고생담은 더하다. 시골 여중 역도선수에서 식인멧돼지를 피해 뛰고 구르는 생태학자, 부랑아처럼 사막을 헤매는 게임 참가자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 여신 신민아, 사막의 부랑아로 변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로 손꼽히는 신민아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광고 카피 문구가 그대로 연상될 만큼 호주 사막을 헤매는 신민아의 모습은 지저분함 그 자체다.


'명품 몸매' '여신 몸매' 등의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신민아는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에서 온몸이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맨몸으로 구르는 등 생존을 위한 연기투혼을 발휘했다. 신민아가 연기한 조유진은 뚜렷한 목표 없이 이것저것하며 살다가 '10억 서바이벌 게임쇼'에 선발돼 미스터리한 게임의 참가자가 되는 피자배달원이다.


촬영 내내 흙 분장과 피 분장을 한 상태로 밀림 속을 헤매고 회오리가 굽이치는 위험한 강물을 건너는 등 어려운 연기를 펼친 신민아는 "햇빛도 강하고 옷도 굉장히 더러워지고 얼굴에 상처도 많이 나서 고생스럽긴 했지만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나중에 생각해보니 추억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 정유미 "나 애벌레 먹는 여자야"


'차우'의 정유미는 뛰고 구르는 액션 연기는 물론 호기심 많은 생태학자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자청해서 애벌레를 먹는 연기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정유미가 '차우'에서 맡은 역할은 생태학과 조교 변수련. 그는 험한 숲 속에서 뛰고 구르고 넘어지는 것은 물론 4층 건물 높이의 엘리베이터 구조물을 오르내리고 지하 600m의 갱도가 있는 강원도 삼척 폐탄광에서 9박 10일간 뛰고 달리는 액션 연기를 펼쳤다.


정유미는 영화 개봉을 한두 달 앞둔 상황에서 편집본을 보고 난 뒤 애벌레 먹는 장면을 찍겠다고 나서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저 같았으면 애벌레를 못 먹었을 것 같지만 변수련이라는 캐릭터는 애벌레를 충분히 먹고도 남을 사람이라 생각돼서 용기를 내 애벌레를 깨물었다"며 "그중 한 마리가 톡 터졌는데 의외로 화장품 같은 맛이 나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조안 "메이크업 걱정 없어 편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킹콩을 들다'에서 조안은 도시락도 쌀 수 없는 가난한 집안의 시골 소녀 영자 역을 맡아 최대한 '망가졌다'. 그는 역도선수로 변신하기 위해 8kg을 늘리고 촌스럽게 그을린 얼굴색을 만들었다.


조안은 "영자라는 인물을 위해 분장한 모습을 처음 보고 '약해, 더 망가져야 해'라고 말했다"며 "피부를 더 까맣게 만들다 보니 피부에 버짐도 많이 피게 됐지만 메이크업 걱정 없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잘 수 있어서 편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조안과 다섯 신인 여배우들의 고생스런 열연은 필름에 고스란히 담겨 전국 100만 관객에게 박수를 받았다. 지난달 1일 개봉한 '킹콩을 들다'는 주요 포털사이트 관객 평점에서 여전히 9점대의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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