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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겨냥 추악한 머니게임

영화 '작전'

사다리 차기라는 말은 들어봤나? 사다리를 타고 맨 처음 꼭대기에 오른 새끼는 항상 사다리를 걷어차서 다른 놈들이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빼앗는다. 그게 사람이다. 그게 자본주의다"


'전직 깡패'였다가 '작전 깡패'로 이직한 황종구가 '차트 좀 보는 개미' 강현수에게 한 영화 속 대사다. 그의 목표액은 600억원. 피도 눈물도 없는 작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상에 오르는 자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정치경제의 국민적 체계'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처음으로 개념화했다. 이 '경제성장론'은 주식시장의 작전과 많이 닮아 있다.  

영화속 작전세력은 오직 개인투자자(개미)들만 겨냥한다. 몇 십억원을 투자해서 수 백억원을 버는 게임. 수백억원은 적게는 몇 만원 부터 크게는 몇 천만원까지 투자한 개미들의 호주머니로 부터 나온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이기는 자는 오직 1명. 기자는 그 한 명이 황종구 또는 강현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누구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게임. 600억원은 움켜쥘 수록 주인공들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전쟁과 광기


단지 몇 초만에 모든 것이 끝나고 욕망이 광기가 된 자리엔 천원 한 장 남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벌린 판은 부실회사인 '대산토건'. 이들은 소위 잡주인 이 종목을 산 후 '수질 박테리아 연구'를 하고 있는 '한결 벤처'에 투자한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여기에 왠만한 기업보다 더 큰 손으로 소문난 '마산창투'라 불리는 속칭 '쩐주'를 미끼로 던진다. 애널리스트도 외국인도 필수 첨가물이다. 분석가로서 스타 대열에 오른 김승범을 통한 여론 몰이와 머리만 검은 외국인 '브라이언 최'를 영입해 외국인 투자 종목으로 탈바꿈시켰다. 여기까지 대박 작전은 완벽했다.


하지만 곧 그 자리엔 광기가 들어차기 시작한다. 작전멤버들간의 쫓고 쫓기는 또 다른 물밑 작전이 시작되고 단지 몇 초만에 600억원은 '신기루'가 된다.
◆최후


한국의 주식시장의 제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선진화됐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십 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변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시장은 여전히 불공정하고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은 아직도 투명하지 않다. 시장 밖의 검은 손들이 아직도 은밀하게 밤공기를 들이키며 활보하고 정치는 알게 모르게 그들의 돈을 이용한다."


아무도 정상에 오르지 못해 굴러 떨어지는 게임. 작전을 계획한 쪽, 작전을 쫓은 쪽, 작전에 당한 쪽 모두에게 예외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 게임의 최후를 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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