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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개그맨 이경규가 길고 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금은 이 터널이 곧 끝날 것인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인지 갈리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지난해 MBC '명랑히어로', SBS '라인업'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고배를 마신 후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대세를 이룬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최근 KBS '남자의 자격'으로 회심의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평가는 반으로 갈린다. 이경규표 리얼 버라이어티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와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보다는 부자연스럽다는 불평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경규는 '개그계의 대부' 이미지를 버리고 최대한 가벼워지려 노력하고 있다. 6~7명의 멤버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주고 받아야 재미가 살아나는 리얼 버라이어티 특성상 이경규의 '무게 버리기'는 필수적인 항목.
이경규는 코너 멤버들로부터 구박 당하고, 어려운 미션에 먼저 발벗고 나서면서 자유분방한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고 있다. 늘 잔머리를 굴리고 화만 버럭 내던 그는 최근 눈물을 흘리며 양파를 까고, 먼저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이경규와 다른 멤버들이 조화롭게 융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남자의 자격'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의 일들을 주제로,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이 다양한 미션에 도전하는 포맷. 중국집 배달 등 아르바이트, 패러글라이딩, 군입대 등 강도 높은 미션이 진행돼왔다.
각 멤버들의 캐릭터가 균등하게 강조될 수록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남자의 자격'은 아직 이경규에게 기댄 바가 크다.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경규만이 만사를 귀찮아하고 불평 불만 많은 성격을 시청자들에게 주지시켜둔 상태. 이경규는 오히려 이 성격을 더 두드러지게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멤버들이 이경규의 후배 격이라 그를 어려워하거나 눈치를 보는 등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이는 자연스러운 역학 관계로 볼 수 있으나 서로 주고 받는 개그로 프로그램을 끌고 나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분위기가 그리 맞지 않는 상황이다.
또 이경규 특유의 '버럭' 캐릭터가 너무 튀어 다른 성실한 멤버들이 부각되기 어렵고, 리얼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제작진의 설정이나 출연자의 '계산'이 시청자에게 읽히는 순간 재미가 급감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특성상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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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은 지난주 이례적으로 SBS '패밀리가 떴다'를 간발의 차로 앞서며 시청률 1위에 올라섰다. 이경규가 이대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끝내 리얼 버라이어티와의 악연을 재확인하고 계속 침체일로를 걸을 것인지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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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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