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연기하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증시 우회상장(Backdoor)'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암스테르담 증시에 이미 상장된 자회사와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KKR은 2년동안 NYSE의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금융위기 후 IPO가 부진해지자 결국 '뒷문'을 이용하기로 한 것.
이날 KKR는 성명을 통해 산하 펀드인 KKR 프라이빗 이쿼티(KPE)와 통합 후 새로운 회사의 지분 30%를 보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병 후 자연스럽게 우회상장 수순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우회상장은 주식 상장에 관한 법령에 따른 정식 상장절차를 거치지 않고 합병, 주식교환 등의 우회적인 수단을 이용해 주식을 상장시키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KKR은 지난 2007년 6월 경쟁사인 블랙스톤의 상장에 자극을 받고 2년간 끈질기게 NYSE에 상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금융 위기에 따른 혼란으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결국 작년 여름에 KPE와의 합병을 통한 '백도어 IPO'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여름 KEP와의 합병을 추진할 당시에는 합병 지분 비율을 79대 21로 제안했으나 시장의 혼란으로 투자손실이 커져 KPE 주주들과 독립 이사들로부터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70대 30으로 조정이 된 것이다.
이번 우회상장에 대해서는 뮤추얼 펀드인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와 사모펀드인 렉싱턴 파트너스 등 전체 의결권의 44%에 해당하는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얻어낸 상태다.
KPE 주가는 2006년 상장 이래 77%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만일 KKR이 올해 안에 유럽 증시에 상장하지 못하면 NYSE 상장도 어려워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체스너트힐파트너스의 폴 셰이 투자책임자는 "KKR이 상장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미공개주에 대한 수요는 약하다"며 "수요는 향후 회복되겠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KPE 주주들은 NYSE 상장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NYSE 상장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KKR 투자자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NYSE는 규모가 유럽 시장보다 훨씬 넓은데다 유로넥스트보다 유동성이 커서 KKR 주식 거래가 한층 활발해진다. 다만 NYSE에 상장할 때까지 KKR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 수 없다는 점이다.
KKR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 성장에 필요한 거대 자금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블랙스톤과 포트레스 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들은 2007년 상장 이래 주가가 70%, 89% 폭락, KKR이 NYSE에 상장한다 해도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사모펀드 아폴로 매니지먼트 역시 KKR과 유사한 방법으로 자회사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폴로의 NYSE 상장 계획 역시 지연되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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