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모회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신 자금을 차입한 후 계열사(자회사)에게 빌려주는 위험한 금전대여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스테크는 지난 19일부로 투자자문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 엘케이엔씨에 3개월간 이자율 10%로 70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여했다. 엘케이엔씨는 네스테크가 주식 200만주(100%)를 소유하고 있는데 지난 4월 네스테크의 대표가 바뀌면서 투자자문 자회사를 통한 주요사업외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지만 자체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한 관계로 차입을 통해 금전대여를 하게 됐다"며 네스테크가 투자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금융기관을 통해 70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차입금은 자기자본의 15.73%에 달하는 액수. 이로써 네스테크의 총 단기차입금 규모는 91억원으로 늘어났다. 주식시장에서는 차입에 의한 자회사 금전대여를 일단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네스테크 주가는 금전대여 공시가 나간 이후 6% 빠졌다.
엠엔에프씨도 지난 4월 29일부터 1년간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코리아홈쇼핑에 이자율 11.5%의 조건으로 자기자본의 33%에 해당하는 20억원을 빌려줬다. 지난해 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태가 좋지 못한 코리아홈쇼핑의 차입금상환을 도와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회사인 엠엔에프씨 사정도 넉넉치 않다. 엠엔에프씨는 지난 1분기 1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4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코리아홈쇼핑에 빌려주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보증서 발행을 통한 20억원의 금융기관 차입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주식회사 주식 72만주 전량을 처분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관계사끼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코스닥 상장사의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계열사를 도와주는 행위는 자칫하면 모회사의 경영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양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모회사가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비상장 계열사를 도와줄때 그 자금이 어디서 조달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자체 잉여금으로 금전대여하는 경우가 아닌 차입을 통한 대여금 조달은 계열사가 대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모회사의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