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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오비이락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1초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뜰 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오비이락’이라고 말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오만이 비등하고 이성이 추락하는 한국정치’도 전형적인 오비이락 현상입니다. 어촌에선 오징어 값이 오르고 이면수 값이 떨어질 때 그렇게 말하겠지요.



지금 대한민국은 정처 없이 좌충우돌하는 정치 오리무중 속에서 그 좋은 5월을 다 보내고 6월도 ‘노무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에 조금 먹구름이 걷혀지는가 싶더니 다양한 내우외환이 번갈아 가며 한반도의 정치기상을 어둡게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딱히 누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찍어서 책임을 전가하기 곤란한 상황이니 여당은 서로 반대파에게 삿대질을 하다가 급기야 청와대에다 책임을 떠넘겨 버렸습니다. 여·야가 국회라는 제 집에 들어가기를 꺼려하며 눈치를 보는 기현상도 ‘오해만 난무하고 이해는 사라진’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부터 진짜 구름(正雲)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金正雲’이라는 낯선 청년이 서서히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진입 중인데도 그가 몇 년 전에 찍은 사진 한 장도 확보 못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정보기관은 무력한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짐을 싸야 할지 말지를 망설이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막막한 처지를 생각해보면 차라리 통일부가 없었다면 하는 가정도 해봅니다.

현대아산그룹이 견디다 못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저 정부의 처분만 쳐다보며 오늘 내일 하다가 단행하는 때를 놓친 구조조정. 개성공단의 미래가 북의 칼자루에 달려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타파하지 않고선 남북협상 자체가 무의미한 생명연장이겠죠.



우리가 적십자회담으로 첫 남북대화를 할 때와 동·서독이 교류를 시작한 시기가 1970년대 초기로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남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독일은 그들의 손으로 장벽을 허물어 버린 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습니다.



미국에 방위를 의존한지 반세기가 지났으나 아직도 미국의 그늘에서 핵우산이 필요하다고 애걸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국가의 자립과 자존을 위해서 지도자가 역사적 안목으로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68년 11월 IBRD조사단은 ‘한국경제 동향보고서’에서 “한국은 종합제철을 건설하기보다 기계공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선순위에 맞다”고 사실상 포항제철 건설비용에 대한 한국 측의 차관도입에 거부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보상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전용해서라도 제철소 건설을 강행하도록 밀명을 내린 이는, 1966년 방미 길에 미국의 제철소를 둘러보고 왔던 박정희 대통령이었습니다. 국가지도자의 외국방문이 나라발전에 어떤 동기부여를 했던가를 알 수 있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기술도 자본도 없는 상태에서, 선진국의 비웃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직 대통령만 그 가능성을 보았던 것입니다. “우리 일을 남에게 맡겨 하지 말고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 것을 만들어보라”는 명쾌한 지침을 내렸던 확신에 찬 지도자가 43년 전에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를 만나서 얻어올 건 처음부터 기대난이었습니다. 그들도 겨우 병든 몸을 추스르고 있는 중이니 말입니다.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방위를 다시 다짐받는 게 그 핵심으로 ‘미래와 비전’이라는 실속 없는 두 단어가 들어간데 불과합니다.



한반도의 안보가 흔들릴수록 미제 첨단무기는 더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의 현실에서 언제까지나 미소 짓는 미국의 눈치만 봐야 할지···. ‘우리 일을 남에게 맡겨 하지 말고... 우리 것을 만들어보자’는 박 대통령의 말에서 핵탄두를 떠올리게 하는 날입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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