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금이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의 뉴욕 맨하탄 본사 빌딩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IG의 붕괴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 덕분이지만 순수 국내 자본이 미국 본토 심장부의 초고층 빌딩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큰 반향이 예상된다.
10일 금호종합금융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호종금 측은 미국 AIG와 뉴욕 맨하탄 파인스트리트 70번가에 위치한 66층짜리 본사 빌딩 및 월스트리트 72번가에 소재한 19층짜리 사무동 빌딩 등 총 2동의 건물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금호종금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가격과 매매 방법 등에 대한 협의를 나누고 있는 상황.
금호종금 관계자는 "AIG와의 계약에 의해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종금 측은 재무적투자자들과 함께 약 2000억원 정도에 이 빌딩 2동을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본사 건물을 매물로 내놓을 때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가격이 최고 3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 소재 리서치 회사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의 댄 패술로 매니저는 "2년 전만 해도 이들 자산의 가치가 3억1500만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은 이르면 이번 주말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종금 측의 예상대로 약 2000억원 정도에 계약을 성사시킨다면 현재 환율을 감안, 실제로는 2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가격인 셈이다.
AIG는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지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지난달에는 일본 본사 사옥을 일본생명보험에 1155억엔(약 12억달러)에 매각하는 등 보유 자산을 계속 내다팔고 있다.
과거 금호그룹 계열이었던 금호종금은 현재 최대주주가 우리사모투자전문회사로 7455만주(지분율 41.44%)를 보유 중이다. 2대주주는 아시아나항공으로 16.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비록 몰락한 대기업이지만 미국 뉴욕 맨하탄 심장부에 위치한 AIG의 본사 건물 인수를 추진한 것만으로도 우리 자본의 힘을 보여준 것 같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