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무서가 외국계 사모펀드(PEF)에 수십억원대 세금을 부과했으나 한 푼도 거두지 못하게 됐다.
과세 대상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한 시행령만 믿었던 탓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운용하는 5개 PEF가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50억원 부과 처분을 취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00년 10월 조세회피지역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위치한 신탁회사 '머서II'를 통해 서울 종로구 은석빌딩을 인수한 '스톤 스트리트 리얼 에스테이트 펀드' 등 5개 PEF는 약 3년 뒤 이 빌딩을 팔아 양도차익 130억원을 얻었다.
이들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조세조약에 따라 거주지인 말레이시아에서만 세금을 내도 된다며 국내에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았고, 종로세무서가 "'머서II'는 탈세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라고 주장하며 법인세 50억원을 부과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법인세법은 과세할 수 있는 외국법인의 출자지분 양도소득 요건을 자산 비율과 주식소유 비율, 주식양도 비율 등 3개로 규정하는데도 시행령에선 자산비율 요건만 갖추면 되는 것으로 과세 범위를 확장한 점이 인정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정한 시행령이 법률이 정한 과세 대상을 위임 규정도 없이 확장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의 시행령은 이후 정식 효력을 갖도록 보완 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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