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제주전파관리소의 '녹색성장' 비결은

청명하고 푸르른 초원위에 한가로이 풀 뜯는 말들과 염소들...

한적한 시골 목장의 풍경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산하기관 중 하나인 제주전파관리소가 제초작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부터 흑염소와 말들을 기르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작은 것'에서 부터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양동모 제주전파관리소장. 양 소장은 지난해 제주로 취임해 오면서 매년 1000만원 정도의 비용 부담이 들어가는 제초 작업이 늘 고민스러웠다.

제주전파관리소의 부지가 3만여평으로 워낙 넓은데다 건조기 화재에 대비해 잡초를 제 때 베어내야 하는데, 바닥이 돌투성이라 작업이 더디고 돌이 튀어 위험하기 때문에 인부 구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양 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축산농가가 염소를 제초작업에 이용해 염소도 키우고 제초 비용도 절감도 하는 1석2조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보도를 우연히 접했다고 한다. 양 소장은 "맞다, 그렇구나"라고 무릎을 치며 전파관리소에도 이 방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가능성만 갖고 덤비기엔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 이만저만 손이 가는게 아니고 또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직원들 사이에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양 소장은 수차례 직원들과의 논의 끝에 지난해 10월 흑염소 9마리를 샀다. 두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산 것이다. 일단 해보고 성과가 없으면 바로 관두자는 취지였다.

직원들은 주변의 삼나무를 잘라 직접 근사한 통나무 축사도 지었다.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직원 간 소통의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고 직원 화합까지 도모하니 일석삼조가 따로 없다.

현재 흑염소는 12마리로 증가했고 올 연말까지 20마리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 또 지난 4월에는 말도 2마리를 구입해 제초 작업에 이용하고 있다.

양 소장은 앞으로 흑염소가 30마리까지 늘어나고 말도 몇마리 추가하면 제초제나 사람 손을 거의 빌리지 않고 잡초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흑염소와 말이 풀을 깍아주면서 전파청정지대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제주의 경우 서귀포쪽의 전파청정지역과 제주시내쪽의 전파활성화지역이 모두 포함돼 있어 각종 주파수 기기들을 테스트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양 소장은 "한 때 제주를 GSM 테스트 베드인 모바일특구로 만들자는 검토가 있었지만 행정조직개편 과정에서 유야무야됐다"면서 "하지만 제주시에서도 모바일 특구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제주의 환경적 장점도 커서 추진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제주전파관리소는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 체신청의 방송통신 인ㆍ허가 업무와 전파감시, 통신사업자 및 스팸 발송자 등에 대한 조사단속까지 맡아 명실상부한 지역 방통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제주에서 열린 한ㆍ아세안정상회의에서는 24시간 차량을 지원해 위해 전파 감시와 혼신요소를 실시간 감지해 제거하는 등 디지털 방송통신의 환경조성에 제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제주=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