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쏜 지 한 달여 만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에 이은 이번 2번째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핵보유국 지위 입증=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대내외에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향후 각종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충분히 위협적인 핵무기 기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4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쏘았을 때부터 예정됐다는 의견이다.
미야쓰카 도시오(宮塚利雄) 야마나시 가쿠인(山梨學院)대학 교수는 “북한은 미사일과 핵을 한 세트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 4월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성공한 이상 여기에 장착할 핵무기 실험은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핵기술 향상 과시=이날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의 위력은 지난 2006년 10월 강행한 핵실험규모의 10~15배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규슈대학 지진화산관측연구센터 등의 데이터 분석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쓰쿠바 대학도 "미 지질조사연구소 관측 수치로 볼 때 지난번 핵실험보다 폭발 규모는 약 5배로 인도나 파키스탄의 핵실험과 거의 비슷한 규모이며 기술적으로도 지난번보다 크게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기술 고도화는 4월 미사일 발사 이후 핵 미사일 기술자와 공작원 등 50명을 또다른 핵보유국인 이란으로 보내 정보를 교환하게 했다는 산케이신문의 보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플루토늄형 핵개발을 진행시켜왔지만 일본에서 조달해 오던 부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 기술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일본에도 당당한 입장이 됐다.
◆무관심에 대한 반발=또 한가지 이유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로스앤젤리스(LA) 타임스는 북한이 지난 4월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과 일본, 한국의 비판과 함께 오바마 정부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초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LA타임스는 북한 전문가인 고유환 교수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바마 정부와 원했던 일대일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는 4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유엔을 통한 제재를 택했다. 이에 대해 중국 핵 전문가 쉬광위 전 인민해방군 장군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끊임없이 오바마 정부의 주목을 끌어 북핵 문제를 미국 대외정책의 주요 의제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애도=일각에선 23일 오전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려는 의도라는 견해도 나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5일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낸 지 얼마 안있어 핵실험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 신문은 북한이 충격에 빠진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목적에서라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남북관계가 당분간 극단적인 냉각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26일부터 개성공단 방문을 제외한 우리 국민의 북한 방문을 당분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신문은 개성시 시민 33만명을 먹여살리고 있는 개성공업단지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결국 각국의 비난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도높은 제재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 유엔 안보리가 개최된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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