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여사 "모두 다 비워놓고 떠나라"..하염없는 눈물
이틀 동안 16만명 빈소 찾아..끝없는 조문행렬
"마치 잠이 든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서거한 지 40시간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 입관이 완료됐다.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잠든 듯 편안했고 그의 가족들은 차 오르는 슬픔을 추스리려 애썼다.
25일 새벽 1시30분께부터 진행된 노 전 대통령 입관식에는 부인 권양숙 여사가 새벽 2시께 휠체어를 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마음고생이 심한 듯 많이 수척해 진 권 여사는 "모두 다 비워놓고 떠나라. 용서하고 미워하지 말자"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입관을 참관한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잠들어 계신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초연해 보이는 아들 건호씨와 권 여사를 부축하느라 슬픔을 억누르는 딸 정연씨의 모습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런 안타까움이 전해졌을까.
이미 이틀 동안 약 16만명이 찾은 노 전 대토통령의 빈소에는 새벽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실상 밤이 새도록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지킨 셈이다.
안개가 유난히 많이 낀 새벽 5시 친구와 함께 빈소를 찾은 최용숙(28ㆍ여 경남 창원)씨는 "1시간 30분 동안 노 전 대통령 사저와 마을 등을 둘러보며 노 전 대통령의 모습으르 그려봤다"며 "(가진게)없는 대통령이라 그런지 마음에 와 닿는다. 서럽기도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아내와 12살 딸의 손을 잡고 4시간을 달려 빈소를 찾은 유황희 목사(40ㆍ충남 공주)도 "이런 훌륭한 대통령을 한번 더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모두가 죽일려고 했고, 결국 성공했지만 그 죽음이 허망하게 끝난 것인가는 역사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양복 소맷귀로 눈물을 훔쳤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았고, 이태식 전 주미대사도 아침 일찍 헌화했다.
또 아산 정우 스님 외 통도사 본말사 스님 200여명도 오전 8시50분께 빈소를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했다.
앞서 어둠이 짙어진 24일 오후 8시께부터는 노사모 회원들이 미리 준비한 촛불이 불을 밝혔다.
저녁 늦게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마을 어귀에서 노사모 회원들이 나눠주는 촛불을 손에 쥐고 빈소로 향했으며, 일부 조문객들은 추모의 마음을 담아 촛불을 도로가에 일렬로 세워 수십 미터의 '촛불 이정표'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빈소를 찾은 강모씨는 "딸 둘을 데리고 천천히 오다보니 이제야 도착했다"며 "촛불을 보니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앞으로 얼마나 그를 그리워 할 지 알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한편 24일 노 전 대통령 빈소에서는 감정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리다 실신하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조문객 5명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김해=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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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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