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로 투자하는 독일계 투자사 피터벡&파트너가 자전거 테마 덕에 모처럼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나 신주인수권 행사와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이들로 인해 뒤늦게 테마주에 올라탄 일반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총알받이 신세를 면키 어렵게 됐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피터벡&파트너는 지난 15일 500원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후 이날부터 21일까지 자전거 테마주 에이모션 주식 535만여주를 장내에서 매각했다. 이번 매각 단가는 2295원에서 3016원까지로 총 매각금액은 158억8300여만원, 평균 매각단가는 2942원이다. 차익만 무려 130억7200만원이 넘는다.
이번 매각으로 피터벡 지분은 91만여주(2.17%)로 감소해 최대주주가 현 경영진인 고현석 사장측으로 변경됐다. 고사장측 지분율은 8.76%(288만여주)다. 외견상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내났지만 피터벡&파트너는 여전히 에이모션의 최대주주다. 아직 행사하지 않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 877여만주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터벡&파트너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투자전문회사라 이 물량도 조만간 매물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 테마를 등에 업고 지난 4일부터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에이모션은 피터벡&파트너가 물량을 대거 처분하던 시기인 18일과 19일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물량 처분 공시가 나간 22일도 장중 하한가 근처까지 떨어지는 등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피터벡&파트너의 등장이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피터벡이 지난 15일 처음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전까지 이들의 존재를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피터벡&파트너는 에이모션 BW 보유로 전체 지분의 35%를 넘는 잠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분현황만 봐서 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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