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돼지 축산 농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닭-오리고기 판매가 급감해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가축 사육농가는 돼지독감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료값 폭등, 수입산 돼지고기 증가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양돈농가로서는 멕시코와 미국에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로 국산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돼지 인플루엔자, 전 세계 급속 확산
세계보건기구(WHO)가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제조품을 먹어서 사람에게 돼지 인플루엔자가 전염된 적은 없으며 70도 이상 가열하면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죽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멕시코발(發) 돼지독감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불과 2주 전 멕시코 중부에서 발생한 돼지독감이 지난 25일 미국 동부 뉴욕까지 북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4년 전 조류독감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25일(현지시간) 돼지독감 사망자가 81명으로 증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이스라엘에서 20대 청년이 멕시코 여행에서 돌아온뒤 돼지 인플루엔자 의심증세로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중동에서 돼지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에서도 2명의 돼지인플루엔자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해 현지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보건 책임자인 디디에 위생은 "멕시코에서 돌아온 2명이 감염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며 많은 항공기와 선박이 출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5일 영국에서는 멕시코시티발 항공기 승무원이 감염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金겹살 가격 고공행진 멈추나..수입 돼지고기 판매 업체 '전전긍긍'
돼지 독감 여파로 그동안 고공행진을 하던 삼겹살 가격도 소비 감소로 하락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삼겹살 500g의 소매가격은 지난 13일 현재 1만80원을 기록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3일 연속 1만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2일 8016원을 기록했던 삼겹살이 불과 한달만에 1만원선으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가격이 낮은 수입 돼지고기를 수입해 판매한 업체들의 경우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유럽이나 남미 등 가격이 싼 삼겹살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해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돼지고기 판매업소들은 "저희 업소에서는 국내산 돼지고기만 사용합니다"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돼지 인플루엔자 증상이 있는 돼지는 도축해서 식용으로 유통되지 않는다며 유통 과정상 돼지고기에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돼지 인플루엔자 발병지인 멕시코와 인접국인 미국으로부터 돼지고기가 일부 수입되지만 수입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옮겨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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