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이 수십억 유로 규모의 고위험 채권을 값싸게 사들인 뒤 액면가와 매입 가격의 차액을 순이익으로 계상하는 수법으로 자기자본을 확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은 7억5000만파운드(약 11억달러)의 고위험 채권을 액면가의 28%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은 3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크레디아그리콜은 불과 2주만에 유럽 4위권으로 급부상했다.
스위스 UBS도 이미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고, 영국의 로이드 금융그룹과 왕립스코틀랜드은행(RBS) 역시 지난주 최대 75억유로와 150억유로 규모의 고위험채권을 각각 재매수했다.
고위험채권은 재무적 안정성이 위협받으면서 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채권들이다.
국제신용평사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1일 재무적 안정성 및 실적불안 등을 이유로 유럽 각 은행들 60여곳이 발행한 채권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이들 채권은 더 큰 가격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나 규제당국이 금융기관에 자기자본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면서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계약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형 수익증권에 대해서도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수익증권이란 주식과 채권을 함께 편입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형태의 증권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고 난 뒤 시장 가격이 급락, 한번 팔리고 나면 수익이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볼루션 증권의 게리 젠킨스 신용리서치 부문 대표는 "하이브리드 자본 모델은 불완전하지만 아무도 이를 고치려하지 않는다"면서 "시장은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영국의 금융 규제당국은 최근 이같은 금융기관들의 자기자본 확보 노력을 적극 지원해왔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로드 터너 의장는 최근 은행시스템 개선방안에서 은행들이 핵심 고품질 자본을 갖추는 것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터너 의장는 "금융기관들의 자본구조가 기본자본비율(tier 1)을 충족하고 있는 높은 품질의 자본으로 구성돼야 할 것"이라며 "적절한 지원이 있다해도 후순위채를 구성해서는 안될 것"라고 말했다.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리처드 톰슨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더 많은 물량이 나올 것이고 더 비사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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