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된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구속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26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이 의원을 구속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박 회장에게서 2004~2008년 4차례에 걸쳐 한국과 미국, 베트남에서 원화와 달러 등 2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또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2004~2006년 평창동 모 모텔 객실 등에서 3차례에 걸쳐 3만 달러(한화 4500만원 상당)를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1~22일 이 의원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으며, 24일 이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의원은 '박연차 리스트'가 언급될 때마다 소환 우선순위 정치인으로 거론돼 왔으며,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한편 이 의원의 전현직 보좌관 3명은 지난 6일 이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 증거인멸을 위해 박 회장 측 인사에게 공중전화 및 타인 핸드폰으로 접촉해 한강공원 둔치 등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박 회장이 2006년 8월 베트남 태광비나 사무실에서 이 의원에게 직접 미화 5만달러를 건네 준 것을 이 의원이 아니라 보좌관 원모씨에게 2만 달러를 준 것으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특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불구속 수사를 바라며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이 의원이 향후 재판을 받으며 의원직을 사퇴할 지 주목된다.
이 의원 구속으로 첫 단추를 잘 끼운 검찰은 이번 주말까지 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 현역 의원 2~3명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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