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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집어보자"…연극 '밑바닥에서' VS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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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이번달 누구나 한 번 쯤 접해볼 만한 고전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밑바닥인생을 통해 존재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연극 '밑바닥에서'와 통제된 사회 속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연극 '아일랜드'가 바로 그것.







◇고전의 존재이유···본질을 이야기하다



두 연극은 모두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한다. '밑바닥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러시아의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희곡으로, 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 인간의 삶을 그려가는 작품이다.



도둑, 사기꾼, 알코올 중독자, 성공하고 싶어 하는 수리공, 기적을 기다리는 사람 등 현대사회의 거대한 모순과 소용돌이 속에서 '존엄'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여러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아일랜드'는 1974년 아돌 후가드, 존 카니, 윈스턴 쇼나 등 세 명의 작가가 완성한 희곡으로 원작은 남아프리카 연방의 비인간적인 인종차별을 다룬 작품이지만, 인종문제를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인 자유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으로도 인정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박탈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해 각색됐다. 극 중 두 죄수의 통제된 생활은 '사회'라는 창살없는 감방 안에 갇혀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의 심연에 돌을 던진다.



◇대중성···산뜻한(?) 비극 '밑바닥에서'

대중성의 측면에서는 연극 '밑바닥에서'가 한 수 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배우 김수로가 젊은 도둑 페펠 역을 맡았고 드라마와 시트콤으로 스타로 떠오른 엄기준이 사기도박 전과자 사틴 역을 맡아 막심 고리키의 우울한 비극을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연기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출과 드라마틱한 내용이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뮤지컬로 공연된 '밑바닥에서'가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다면 연극으로 돌아온 '밑바닥에서'는 산뜻한 비극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신선도···두 죄수의 극중극이 싱싱한 '아일랜드'

영화가 아닌 연극에서 미래화된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나 기계가 인간을 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상황적인 유머가 풍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선함에 있어서는 '아일랜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대중들로부터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받아온 원작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무형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의 틀 안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금속성의 무대와 붉은 실, 흰 의상 등으로 표현했다. 또한 극중극 '안티고네'를 통해 잘못된 질서에 맞서는 인간정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배우들의 흡입력···밑바닥인생 모두가 '빛나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는 '밑바닥에서'가 탁월했다.



도둑질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페펠, 한때는 지식인이었지만 지금은 노름꾼에 불과한 사틴, 남편이 있지만 페펠을 사랑하는 바실리아의 연기에선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느껴진다.



아울러 알코올 중독에 걸려 무대에 설 수 없는 배우, 예전에는 귀족이었지만 지금은 쫄딱 망한 남작, 폐병에 걸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안나, 순수한 아가씨 나타샤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모든 출연진이 처절하게 연기했다는 평가다.



특히 김수로는 자신의 이미지에 적합한 페펠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사틴 역의 엄기준에게선 번뜩이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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