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약후강'..코스피 0.72%↓·환율 1390원대 사수
미국발 악재에 국내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 한국인의 뒷심을 유감없이 발휘한 하루였다.
다우지수가 지난해 연중최저치 근처로 급락하고, S&P지수가 오바마 취임 이후 최대낙폭을 기록했지만 우리나라 증시와 환율은 전형적인 '전약후강' 흐름을 과시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0.45포인트(2.54%) 갭하락하며 장중 한때 20일선이 놓인 1160선까지 위협받기도 했지만 이내 10일선(1181p)를 가볍게 뛰어넘고 5일선(1195) 근처까지 복귀를 시도했다. 전날 2500억원을 넘었던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7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데다 개인이 적극적으로 저가매수에 나선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개장초 두달여만에 14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공황심리가 잦아들자 이내 1390원대로 되돌아왔다.
코스피는 이날 8.69p(0.72%) 내린 1190.18포인트로 마감했으며,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3.15포인트(0.83%) 오른 383.41포인트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10.6원 오른 1393.5원에 마감했다.
특히 채권시장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하를 하루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채권선물시장에서 3년물 국채선물은 13틱 상승한 111.86으로 마감, 나흘째 랠리를 이어갔다.
◆美 구제안, 조정 빌미..코스피 1190선대 사수·코스닥 또 연중최고치
코스피 시장은 이날 '전약후강' 장세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뉴욕증시가 알맹이 빠진 구제금융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연저점까지 추락함에 따라 국내증시 역시 급락세로 장을 출발했다. 장 초반 한 때 1160선이 위태롭기도 했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개인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빠르게 낙폭을 축소했고 1190선마저 회복해내면서 약보합권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구제금융책 이슈가 '악재'가 아닌 '해결과정에서의 미진함'이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움직임도 나타났던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8.69포인트(0.72%) 내린 1190.18로 거래를 마감했다. 대만 증시가 1% 상승 마감했고 선전 지수 역시 1.5%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지만, 뉴욕증시가 4% 이상 급락한 것을 고려한다면 선방한 셈이다.
특히 장 마감까지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반등도 가능했다 싶을 정도로 장 막판의 낙폭 축소 움직임은 돋보였다.
외국인은 이틀째 '팔자'를 지속하며 694억원 규모의 매물을 쏟아냈고, 기관 역시 1047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지만 개인이 1436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를 모두 소화해냈다.
전날 10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선 채 이틀째 매도세를 지속한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도 이날 6거래일만에 매도세를 보이며 프로그램 매물을 이끌어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차익거래 1458억원, 비차익거래 990억원 등 총 2451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혼조양상을 보였다.
철강ㆍ금속(-2.44%), 은행(-1.98%), 전기가스업(-1.76%) 등이 약세로 마감한 반면 기계(1.29%) 의약품(1.18%), 운수장비(0.84%) 등은 반등에 성공하며 장을 마쳤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전일대비 4500원(2.06%) 오른 22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반등에 성공했고, 현대차와 LG전자도 각각 전날과 동일한 보합권으로 거래를 마감하는 등 IT와 자동차, 조선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7000원(-1.35%) 내린 51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포스코(-2.82%), 한국전력(-1.78%) 등도 약세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한가 37종목 포함 396종목이 상승했고 하한가 1종목 포함 415종목이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3.15포인트(0.83%) 오른 383.41로 거래를 마감하며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 1420원→1393.5원 마감 '출렁'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의 상승폭을 대거 반납한 채 139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0.6원 오른 1393.5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뉴욕증시가 급락세로 마감하고 역외 환율이 40원 가량 급등하면서 이를 개장가에 고스란히 반영, 전일대비 37.1원 급등한 14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1420원선은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환율은 올들어 두번째로 장중 1400원을 뚫었다.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은 1400원선 부담감과 수출업체 네고물량으로 빠르게 하락곡선을 그렸으며 장중 1385.1원까지 저점을 찍은 후 소폭 상승해 1390원대를 기록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강하게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뉴욕장이 급락했는데도 고무적인 점은 대기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상당했다는 점"이라며 "대기업들이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 하고 있다가 1400원대 고점에서 물량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 시장의 수급이 한쪽으로만 쏠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3년물 채권선물 13틱 오른 111.86 마감..금통위 금리인하 '마지막 불꽃'
국채선물은 상승마감했다. 전일 미국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인데다 기술적 흐름으로도 상승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일 예정인 한국은행 금통위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11일 채권선물시장에서 3년물 국채선물은 13틱 상승한 111.86으로 마감했다. 이날 보합인 111.73 개장한 국채선물은 오랜만에 별다른 변동성없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장중 최저가는 개장직후 기록한 111.70이었고, 큰 저항없이 5일과 10일 이동평균선(각각 111.61, 111.77)을 뚫고 꾸준히 상승해 한때 112.00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장 막판 동시호가에서 헤지성 국채선물 매도물량이 출회됨에 따라 고점대비 14틱이 밀렸다.
매수주체별로는 외국인이 3843계약을 순매수하며 이틀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반면 국내 기관은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주택금융공사가 969계약을, 기금이 630계약을, 은행이 621계약을 각각 순매도했다. 증권과 투신, 보험사도 각각 580계약, 562계약, 472계약을 순매도했다.
은행은 지난 4일이후 6일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했고, 기금과 보험도 나란히 4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증권사도 장초반 매수세에서 순매도로 반전함에 따라 지난 4일 이후 순매수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통위의 금리인하를 겨냥한 외국인 매기 유입이 꾸준했다"고 전했다.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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