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악화하자 '배드뱅크' 설립 추진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배드뱅크란 정부가 막대한 공적 자금으로 민간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측은 이들 부실채권이 정리될 경우 투자자가 은행에 다시 돈을 넣고 은행도 대출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오바마 차기 정부가 하나 이상의 배드뱅크를 설치할 것이라며 이로써 수천억달러로 추정되는 모기지 연계 혹은 시중 은행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부실채권 추가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당선인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엑설로드 백악관 고문 내정자는 18일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은행들이 납세자로부터 지원 받은 돈을 가만히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엑설로드 내정자는 "7000억달러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1차 집행이 비효율적인데다 투명성도 결여됐다"고 비판한 뒤 "2차분 3500억달러 집행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실채권을 민간 투자기구가 인수하도록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은 배드뱅크의 일종인 '정리신탁공사'(RTC)를 만들어 총 1230억달러의 공적자금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바 있다.
영국의 경우 고든 브라운 총리가 2단계 금융 구제안을 이르면 19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최대 2000억파운드(약 2980억달러) 규모의 부실채권 보증 같은 내용도 들어 있다.
영국은 부실채권에 대한 정부 보증과 함께 은행 간 차입도 보증하는 조치를 담을 듯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인수한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다.
독일은 배드뱅크 설립에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18일 "독일 주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려면 적어도 1500억~2000억유로(약 1980억~26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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