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업종에 이어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직접 향후 경기상황에 따라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슬람금융세미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상반기 경기침체 상황을 보면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 구조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현재 산업은행과 채권은행 등을 통해 두산과 동부 등 중견그룹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단계"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이 보도되자 금융위원회 대변인실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중견 대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을 말한 것이며, 일부 기업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일부 대기업들의 영업실적과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스스로도 '모니터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대기업 구조조정 가능성 자체는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9일 은행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구조조정을 개별기업과 그룹별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 역시 "자금악화설이 나도는 일부 대기업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우 위원장으로부터 모니터링 창구로 언급된 산업은행 측은 "주채권은행으로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익스포저 규모가 큰 기업들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대기업은 금호, 한진, 대우조선, STX, 동부,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동양, 대주, 현대오일뱅크, 애경, 대우차판매 등 12곳이다. 두산그룹은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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