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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국회 폭력, 대통령으로 정말 부끄러웠다"(종합)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 "지난 주 외국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참으로 놀랐다"며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대통령으로서 정말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새해 첫 라디오연설을 통해 "오늘은 당면한 경제위기만큼이나 심각한 정치위기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하고 서로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사진들도 부끄러웠다"면서 "'국회에서 폭력은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한국 특유의 거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기사 내용은 더욱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혹 아이들이 보면, 외국인들이 보면 어쩌나 마음을 졸인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국회 폭력사태는 우리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리고 제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이 아팠다"며 "G20 정상회의 공동의장국으로서 어떻게 이런 모습을 가질고 의장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앞이 캄캄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민주주의와 폭력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며 "더욱이 지금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아니다. 국회는 언제, 어떤 경우에도 평화와 법질서의 상징이자 보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들은 일 때문에 잠시 세워놓은 차도 딱지를 떼고 반복하면 면허정지까지 당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번 사안도 그냥 그대로 흘려버리면 정치발전이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을 국회 스스로 개혁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국민들은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통령으로서 이번 일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인기 발언이나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무슨 정책을 내놔도 계속 반대만 하는 사람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민생·개혁법안 처리와 관련, "정부는 예산집행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특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분열을 조장하고 통합을 가로막는 정치적 양극화야말로 경제적 양극화 못지않게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서 "정치의 선진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선진화는 없다"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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