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임온유기자
반도체 가격 급등 속 제조사가 물량 조절에 나서면서 1월 전산업생산이 석 달 만에 줄었다. 반면 한파로 패딩 등에 지갑이 열리며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반도체 제조용 기계 도입 확대로 설비투자도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 지수(계절 조정)는 114.7(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1.3% 줄었다. 지난해 11월(0.7%), 12월(1.0%) 두 달 연속 완만하게 증가하던 흐름이 석 달 만에 꺾인 것이다.
D램과 시스템 등 반도체 생산이 4.4% 감소함에 따라 광공업생산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시장 수요는 견고하지만 반도체 생산이 지난해 11월(6.9%), 12월 (2.3%) 연달아 늘어난 만큼 제조사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출시가 통상 2월에서 올해 3월로 밀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이 두 달 연속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월 대비 생산이 감소한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제품 중심의 생산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금액 기준인 관세청 수출 지표가 더 크게 잡힐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데이터처 지표는 물량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유조선 등 기타 운송장비(-17.8%) 등도 생산이 감소했다. 이 심의관은 "지난해 12월의 경우 연말인 만큼 선박 인도 등을 위해 생산이 크게 진척된 부분이 있었던 반면 1월은 제조사가 공정률을 조정하면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자부품(6.5%) 등에서는 생산이 늘었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보합(0.0%)을 나타냈다.
1월 가계 씀씀이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3% 늘어나며 지난해 12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 이어갔다. 8년 만에 가장 추운 1월이었던 만큼 패딩, 히트텍 옷 소비에 지갑이 많이 열렸다. 의복 등 준내구재는 6.0% 증가했다. KT가 해킹사고 보상안으로 위약금 면제 정책을 펴면서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도 2.3% 늘었다. 화장품 등 비내구재는 0.9% 늘었다.
국내에 공급된 설비투자재 투자액을 보여주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6.8% 늘었다. 지난해 9월(8.1%) 이후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운송장비 투자는 15.1% 늘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조기에 실시됨에 따라 자동차 투자가 16.0%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도 41.1% 증가하면서 기계류 투자가 4.0% 늘었다.
반면 토목·건축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 대비 11.3% 감소했다. 1월 기준 2012년 13.6% 감소한 이후 14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 심의관은 "건설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비주거용과 주거용 건축 모두 실적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토목은 공사실적이 보합을 기록했다.
다만 향후 건설 경기를 가늠하는 건설수주(경상) 주택 등 건축(24.1%)과 철도·궤도 등 토목(70.5%)에서 수주가 늘어 1년 전보다 35.8% 증가했다. 5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보합을 나타냈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