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렸다던 대학 시절 습작' 日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미발표 소설 2편 발견

대학 시절 하숙집 가족이 원고 보관
20세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작품
한국 관련 역사 문제에도 적극 발언

현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1935~2023)가 대학 시절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발표 소설 2편이 새롭게 발견됐다.

3일 연합뉴스는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을 인용해 도쿄대 문학부가 오에가 등단 이전에 쓴 단편소설 육필 원고 2편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연합뉴스

이번에 발견된 작품은 '어두운 방으로부터의 여행'과 '여행으로의 시도'다. 그가 20세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작품 '어두운 방으로부터의 여행'은 3부 구성의 소설로, 대학 2년생인 주인공이 고고학 교수의 초대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품 말미에는 '1955년 5월 19일'이라는 날짜가 일본어로 적혀 있어 당시 오에의 나이 20세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신문은 이 작품에 대해 "소설 공모에 제출해 제목만 알려진 작품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오에의 소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작품은 오에 문학에서 비교적 드물게 연애 요소가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평가됐다.

또 다른 작품인 '여행으로의 시도'는 다리가 불편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다. 원고 마지막에는 '1957년 5월'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 작품이 같은 해 8월 문예지 '신초(新潮)'에 발표된 작품과 유사한 설정과 주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후 오에는 1957년 '사자(死者)의 잘난 척'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했고, 이듬해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약 주목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오에가 생전에 대학 시절 습작을 대부분 버렸다고 밝힌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원고는 오에가 학생 시절 하숙하던 집의 주인 여성이 보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의 손자가 지난해 11월 도쿄대에 작품 존재를 알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조사를 거쳐 도쿄대 측은 해당 원고가 실제 오에의 작품으로 확인했다.

이번에 발견된 두 편의 초기 소설은 오에의 문학 세계가 형성되던 청년 시기의 문제의식과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아베 겐이치 도쿄대 교수는 "새로운 오에 작품을 읽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 독자로서 하늘이 준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도 "이후 작품에서 반복되는 모티프와 문제의식이 이미 등장한다는 점에서 오에 문학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 사회의 불안과 정치적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대표적인 지식인 작가다. 그는 군국주의 비판, 평화와 공존, 장애를 가진 장남과의 삶 등을 주요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또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와 평화 헌법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 가운데, 오에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가 "현대 인간의 당혹스러운 상황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시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노벨상 수상 직후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은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에는 당시 "나는 전후 민주주의자이며 국가가 주는 훈장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노벨문학상은 스웨덴 시민으로부터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 관련 역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특히 그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일본의 과거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반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비판했고, 일본의 한국 강제 병합 100년이던 2010년에는 "한국 병합은 처음부터 무효였다"는 한·일 지식인 공동 성명에도 참여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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