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치적 심리전'에 장기화 전망…중동전 확산은 힘들 것'

"IRGC 강화·극우화 저항, 지도부 축출 쉽지 않을것"
"이란 미워도 공고한 왕정체제…중동 내부 민심 흔들릴 수밖에"
"사우디 비전·UAE협력사업 등 경제적 이해관계도 확전 막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시작으로 군사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도 보복을 천명하며 중동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번 작전의 시한을 4~5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린 그보다 더 오래 (작전을) 지속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중동전으로의 확산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란은 이번 미국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신권 정치 체제가 장기적으로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 있다. 또 군사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이란 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자예드 항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3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지도부 축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하메네이 이후 혁명수비대가 강화되거나 더 극우화되는 방식으로의 저항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시도처럼 단기간에 정권을 무너뜨리기에는 이란 내 권력 구조가 너무나 공고하다는 진단이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기지가 주둔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국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와 관련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란의 전략이 단순한 군사타격을 넘어선 '정치적 심리전'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이란은 주변국 미군 기지를 때린다는 명분으로 방공망이 취약한 민간 시설을 공격해 중동국가들의 피로감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아무리 이란이 밉더라도 미국과 손잡고 이슬람 국가를 공격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부 민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동의 많은 국가가 왕정체제인데 이란이 이슬람 결집력을 이용해 주변국 왕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교수는 주변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동으로의 확전을 막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사우디의 '비전 2030'이나 UAE의 경제협력 사업 등 이들 국가에는 경제적 이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교수도 "(주변국이) 참가해서 얻는 이득보다 이란의 반격으로 유전 시설이 파괴되어 잃는 등 손실이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학 교수는 "비록 이란과 사우디가 전통적인 지역 라이벌 관계이고 표면적인 입장 표명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군사 개입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이들 국가가 전쟁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내 미국의 군사 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에 파병 지원이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 위원은 "경제적 부담이나 국방 예산 증액 요구는 거세질 수 있겠지만 안보적으로 한미동맹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조 위원은 "이란 사태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력한 억제력이 없으면 당할 수 있다'는 공포와 핵에 대한 집착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역설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자국 내부의 정치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려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조 위원은 "김 위원장 역시 미군의 압도적 화력을 목격하며 파국보다는 대화를 선택할 유인이 커질 것"이라며 북·미 간 대화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부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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