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강나훔기자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본격화됐다. 정부가 롯데케미칼의 110만t 규모 NCC(나프타 분해 설비)를 가동중단하는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금융·세제·원가 지원을 포함한 2조1000억원 이상 패키지를 가동한다. 지난해 발표한 구조개편 로드맵 이후 첫 실행 사례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롯데케미칼
산업통상부는 2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업재편계획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을 분할한 뒤 현대케미칼과 합병해 NCC 및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한다. 현대오일뱅크(현대케미칼 최대주주)와 롯데케미칼은 통합 신설법인에 총 1조2000억원(각 6000억원)을 증자한다. 이에 따라 지분 구조는 기존 6:4에서 5:5로 조정된다.
핵심은 공급과잉 해소다. 롯데케미칼의 연 110만t 규모 NCC 1기를 가동 중단하고, 범용 중심의 중복·적자 다운스트림 설비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이를 통해 대산산단 내 에틸렌 공급과잉을 완화하고 나머지 설비의 가동률을 높여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금융, 세제, 인허가, 원가, 지역경제·고용, 기술개발 등 전방위 지원책을 마련했다. 우선 금융 분야에서는 최대 2조원 규모 지원이 추진된다. 채권금융기관이 신규 자금 최대 1조원을 지원하고, 기존 대출을 최대 1조원 규모 영구채로 전환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한다. 산업은행은 채권금융기관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세제 측면에서는 분할·합병 및 자산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세 부담을 완화한다. 취득세 및 등록면허세를 75~100% 감면하고, 자산 매각 시 법인세 과세이연 기간을 확대(4년 거치 3년 분할납부→5년 거치 5년 분할납부)하는 등 세 부담을 낮춘다. 가속상각제도 적용,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확대 등도 포함된다.
원가 구조 개선 지원 규모는 690억~1150억원이다. 분산특구 제도를 활용해 한전 대비 4~5% 저렴한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열(스팀) 중복공급 금지 규정을 완화해 저렴한 공급원을 확대한다. 연료용 직도입 LNG 사용 범위 확대, 원유·납사 무관세(0%) 기간 연장 및 납사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 적용 범위 확대 등도 병행된다.
인허가 부문에서는 기업결합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사업재편 이전 취득한 인허가의 승계 및 절차 간소화를 통해 공장 가동 중단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법인은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 전선·케이블용 고탄성 경량소재, 이차전지 전해액용 유기용매 생산을 확대하고, 바이오 납사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 생산, 탄소배출을 최대 50% 낮춘 에탄 원료 도입 등을 추진한다.
기술개발 지원도 본격화한다. 올해부터 2개 과제에 총 260억원을 투입하고, 중장기적으로 첨단소재 개발, AI 기반 소재설계, 공정혁신, 바이오 기반 원료 전환 등 대규모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정부는 통합 운영과 자구노력을 통해 2025년 적자를 기록한 영업이익이 사업재편 기간(3년) 이후 흑자로 전환되고,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승인을 계기로 후속 프로젝트 추진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재편안을 보완해 최종안 제출을 지원하고, 특별법 시행령을 신속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산 1호 프로젝트는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도출한 첫 성과"라며 "후속 프로젝트도 신속히 진행해 구조개편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