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사실상 확정됐다. 12월 성적 발표 전,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쓰기 위해 필요한 숫자를 단 33억달러 남기면서다. 기록 경신의 숨은 공신은 '돈을 낳는 돈'이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와 기업, 국민연금 등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배당·이자 소득 증가가 구조적으로 늘며 경상흑자 확대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달성은 오는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지난해 1~11월 누적 경상흑자는 이미 1018억2000만달러로, 12월 33만달러 이상이면 직전 연간 최대치(2015년 1051억2000만달러)를 넘어선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경제전망을 통해 제시한 전망치 1150억달러 역시 달성이 확실시된다. 이를 위해 12월에 달성해야 할 숫자는 131억8000만달러다.
지난해 사상 최대 경상흑자를 이끈 건 반도체 수출 호조다. 상품을 사고팔아 내는 상품수지는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품수지 흑자는 1~11월 1070억2000만달러로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랠리가 상품수지의 큰 폭 흑자를 이끈 결과다. 지난해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영향에 직전해보다 22.2% 증가한 1734억달러를 나타내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은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증가한 7097억달러로 기존 역대 최대이던 2024년 기록을 다시 썼다.
숨은 공신은 투자소득수지다. 내국인의 해외투자로 나오는 배당과 이자소득에서 외국인 국내투자 소득을 뺀 값으로 상품수지와 달리 '보이지 않는 소득'이다. 투자소득수지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증가하자, 구조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는 지난해 1~11월 1294억달러로 전년 대비 79.2% 급증했다. 이에 같은 기간 투자소득수지 흑자는 294억680만달러까지 몸집을 키웠다. 12월을 포함한 연간으론 300억달러를 상회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소득수지가 경상수지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6%에서 지난해(1~11월) 28.9%로 늘었다.
올해 핵심 변수 역시 반도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하는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다시 불거진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상품수지 성적표는 위험 요인 전개 양상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통관 기준 수출은 658억5000만달러로 1월 중 처음으로 600달러를 웃돌았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20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 전략적 투자 특별법 통과를 압박하며 꺼내든 25% 반도체 관세 등 통상 불확실성 재부각은 우려 요인이다. 미국 측과 우리 정부 당국자의 릴레이 면담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성과가 없자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상품수지가 통상환경 악화 등에 변동성이 커질 때, 경상수지의 약 30% 수준으로 몸집을 키운 투자소득수지가 얼마나 방어에 나설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 조절과 고환율 여파 등은 올해 해외증권투자 확대 흐름에 영향을 미칠 변수지만, 해외투자 누적에 따라 구조적으로 우상향하는 투자소득수지 확대 흐름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을 다시 한번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전망치는 1300억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