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70대 할머니가 '연애 빙자 사기(로맨스 스캠)' 범죄에 속아 1000만원을 송금할 위기에 놓였다가 농협 직원과 경찰관의 설득 끝에 피해를 보지 않게 됐다.
3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9시쯤 익산의 한 농협 직원으로부터 "정기예금을 찾는 할머니의 카카오톡 내용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20일 전북 익산시 익산농협 동산지점에서 70대 노인이 '로맨스 스캠' 카카오톡 메시지(왼쪽 부분)에 속아 돈을 송금하려 하자, 이상함을 느낀 은행 창구 직원이 만류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유튜브 영상 캡처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70대 A씨는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카카오톡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뒤 1000만원을 보내려던 상황이었다.
카카오톡 속 인물은 금괴를 가득 담은 영상을 전송한 뒤"이건 원래 5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판매자는 호주에서 가져온 거라 아주 싸게 팔고 싶어 해요" "저와 함께 투자해서 그 물건을 사 50억원을 같이 벌어 보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내 사랑을 이해하시나요?"라고 덧붙였다. 번역체를 쓴 듯, 어색한 표현이었다.
채팅창을 확인한 은행 직원 이승호씨는 단번에 로맨스 스캠임을 직감하고, 112 신고를 했다. 이씨가 송금 처리를 미루는 사이, 익산경찰서 평화지구대 소속 고은성 순경 등이 도착했다.
전북경찰청 제공
평화지구대 고은선 순경은 A씨에게 로맨스 스캠 수법이라고 설명했지만, A씨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그는 지적장애를 지니고 있었다.
A씨는 경찰 앞에서도 "생활비로 쓸 돈"이라며 이체 이유를 숨겼다. 은행 직원과 경찰은 "이건 진짜 사람이 아니고 거짓으로 사기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30분 넘게 설득을 이어갔고, 결국 송금을 막는 데 성공했다.
은행 관계자는 "평소 보이스피싱 관련 교육을 받는데, 그 내용과 같아서 로맨스 스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 순경은 "30분 넘게 설명한 끝에 피해를 막고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인계했다"며 "경찰은 어떤 신고도 가볍게 여기지 않으니 유관 기관과 은행 직원, 시민 여러분은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북 지역에서 지난해 발생한 로맨스 스캠 범죄는 313건으로, 2024년 76건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을 막기 위해선 SNS 등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를 자제하고, 온라인상 연락에 대해 입금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