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동우기자
세종=오유교기자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지난해 12월(2.3%)보다 0.3%포인트 둔화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농산물 가격 안정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다만 가공식품과 일부 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가계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원가 부담이 누적된 가공식품과 주요 성수품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는 구조 탓이다.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0%로 5개월 만에 최소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2.1%, 10~11월 2.4% 기록한 후 12월 2.3%에 이어 지난달까지 상승 폭을 두 달 연속 축소했다.
이번 달 물가 둔화의 가장 큰 요인은 석유류 급락에 있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지난해 12월 6.1% 상승했으나, 올해 1월 0.0%로 낮아졌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1월 평균 배럴당 80.4달러에서 올해 1월 61.7달러로 하락한 영향이다. 같은 기간 환율은 1455원에서 1458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더 크게 작용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역시 전월 대비 각각 2% 이상 하락하며 교통 부문 물가 압력을 낮췄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이 동시에 둔화된 것이 전체 물가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상승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12월 4.1%에서 1월 2.6%로 둔화했다. 작년 9월(1.9%)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농산물의 경우 2.9%에서 0.9%로 낮아졌는데, 일부 과실과 채소의 출하량 및 수입량이 증가한 결과다. 귤의 경우 지난해 12월 15.1%에서 지난달 5.3% 하락했다. 채소는 배추와 무 등 겨울 채소의 재배 면적 확대와 생산량 증가 영향으로 하락 폭이 5.1%에서 6.6%로 확대됐다.
설 명절을 앞둔 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설 선물 세트가 진열돼 있다. 농협유통은 오늘부터 오는 16일까지 설 선물세트를 본격 판매한다. 2026.2.2 강진형 기자
다만 전월 대비 기준으로 보면 채소 가격이 모두 안정된 것은 아니다. 상추(26.9%), 오이(21.8%), 깻잎(27.5%), 애호박(39.8%) 등은 기온 급락의 영향을 받아 단기적으로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 심의관은 "전년 대비로는 기저효과로 하락하고 있지만, 전월 대비로는 기상 여건에 민감한 품목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과 축산·수산물 가격은 여전히 체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최근 2년간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로 상승률 자체는 4%대에서 2%대로 낮아졌지만, 라면(8.2%)·빵(3.3%)·초콜릿(16.6%)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초콜릿 가격은 최근 4~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23년 15.8%, 2024년 9.3%, 2025년 17.0% 오른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16%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누적된 결과로, 단기간에 가격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는 "가공식품은 원재료와 인건비 영향이 누적되면서 최근 2년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올해 들어 상승 폭이 둔화하긴 했지만, 일부 품목은 여전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전체 물가보다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축산물은 4.1%, 수산물은 5.9% 상승했다. 국산 소고기는 3.7%, 돼지고기는 2.9% 올랐으며, 수입 쇠고기는 7.2%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출하량과 수입량 증가로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수입 쇠고기는 수입 가격 상승 영향이 이어졌다. 달걀 가격은 고병원성 AI 확산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를 주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설 성수품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정부는 아직 설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 심의관은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높은 건 최근의 구조적인 흐름이지, 이번 설을 앞두고 갑자기 오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2월 설을 앞두고 수요 증가 요인이 있을 수 있어 관계 부처의 성수품 물가 대책이 병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비스 물가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월 서비스 물가는 2.3% 상승했고, 개인서비스 물가는 2.8% 올랐다. 다만 지난해 설 연휴 기저 영향으로 여행·숙박 관련 품목은 상승 폭이 둔화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둔화, 석유류 격 보합 전환 등으로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0%를 기록했지만, 일부 먹거리 품목 강세가 여전해 서민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설 민생안정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안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