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월드]까르띠에 대표 시계 2000만원 넘었다…불황 속 명품의 배짱

연초 명품업계 가격인상 릴레이
명품 기업 지난해 최대 한국 실적 전망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리고 있다. 샤넬, 에르메스, 롤렉스를 시작으로 까르띠에와 프라다까지 주요 브랜드들이 연초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고금리·고물가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명품 업계만은 예외적으로 가격 인상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최근 국내에서 아이웨어를 제외한 주요 제품 가격을 일괄 인상했다. '탱크 머스트 드 까르띠에 워치 스몰(W4TA0031)'은 935만원에서 1010만원으로 8.0% 올랐고,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스몰(WGTA0010)'도 1890만원에서 2040만원으로 7.9% 상승했다. '탱크 아메리칸 워치 스몰'과 '베누아 워치 미니'도 각각 8% 안팎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까르띠에부터 에르메스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

주얼리와 향수 가격도 동시에 조정됐다. 러브 언리미티드 링, 다무르 펜던트, 클래쉬 드 까르띠에 브레이슬릿 등 주요 주얼리 제품이 7~8%대 인상됐고, 향수 '베제 볼레 오 드 퍼퓸'은 제품에 따라 최대 17% 넘게 가격이 올랐다.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몰에는 주문이 몰렸고, 배송 지연 공지가 나오는 등 '인상 전 수요'가 단기간에 폭증했다. 오프라인 매장 앞에도 개점 전부터 대기 줄이 이어졌다.

프라다 역시 가방을 중심으로 국내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리나일론 리에디션 2005 미니백은 169만원에서 174만원으로 약 3% 인상됐고, 갤러리아 스몰·라지 가죽 백도 각각 2%대 상승했다. 듀엣 리나일론 버킷백 역시 가격이 올랐다. 인상 폭은 까르띠에보다 낮지만, 가격 조정이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명품 업계 가격인상은 연초부터 이어졌다. 앞서 샤넬은 지난 13일 가방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는데, 클래식 맥시 핸드백은 2033만원으로 2000만원을 넘어섰다. 에르메스는 이달 초 실크 스카프 90 가격을 12.5% 올렸고, 롤렉스도 새해 첫날부터 가격을 조정했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 역시 다음 달 중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원가 상승" 이유로 매년 'N차 인상'…희소성 심리 자극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 글로벌 가격 정책을 들고 있다. 유럽 본사 기준 가격 조정과 국가 간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격 평준화' 전략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원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인상 빈도와 폭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만 수차례 가격을 올린 브랜드들이 새해 시작과 동시에 다시 판가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소비재와 뚜렷하게 비교된다. 식품·외식업계가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100원, 200원 인상에도 여론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는 것과 달리, 명품 브랜드들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위축되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사야 한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역설적 효과도 나타난다.

실제로 국내 명품 시장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다.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조원을 돌파하며 연평균 10% 성장 추이를 보였다. 2020년대 초 10조원대에서 배증된 수준으로, 아시아 3위권이다. 고소득층과 자산가 중심의 상위 소비층 수요가 견조한 데다, 일본·동남아·중동 등으로 다변화된 외국인 관광객 소비도 일정 부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 가격 인상을 시험하기에 부담이 적은 시장"이라며 "구매력이 높은 핵심 고객층이 두텁고, 가격 인상 이후에도 매출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럭셔리 기업 국내 실적 수직상승…해외 시장은 가격 인상 피로감

명품 제품의 가격 인상은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된다. 판매량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객단가 상승으로 이를 상쇄하면서다. 실제 2024년 두 차례 이상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에루샤' 3사의 한국 법인은 2024년 국내에서 약 4조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는 2024년 매출 9643억원, 영업이익 26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루이비통코리아는 매출 1조7484억원으로 5.9%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891억원으로 35.7% 급증했다. 샤넬코리아 역시 매출 1조8446억원으로 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695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이들 브랜드 상당수는 지난해에도 최대 실적을 기록했거나, 올해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에르메스, 샤넬 등 초고가 브랜드일수록 수요층이 제한적인 대신 충성도가 높아 가격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명품 가격 인상에 대한 피로감도 서서히 누적되는 모습이다. 일부 브랜드는 판매 둔화를 겪으며 할인 판매나 아울렛 비중을 늘리고 있고, 중고·리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명품은 이제 경기와 무관한 별도의 소비 영역이긴 하지만, 신규 고객 유입 면에선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단기 실적은 유지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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